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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들이 모처럼 외출하는 날은 합창 공연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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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들이 모처럼 외출하는 날은 합창 공연 있는 날”

입력
2017.03.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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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앓고 있는 강수진씨

‘희망의 소리 합창단’ 10년간 활동

“연습 중 응급실 가는 경우 있지만

합창이 사회와 가교역할 해줘”

'희망의 소리 합창단'이 지난달 8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한성백제홀에서 창단 10주년 공연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강수진씨다. 삼성물산 제공
'희망의 소리 합창단'이 지난달 8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한성백제홀에서 창단 10주년 공연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강수진씨다. 삼성물산 제공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한성백제홀에 희귀ㆍ난치성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은 ‘희망의 소리 합창단’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수백 명의 관객 속엔 희귀ㆍ난치병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섞여 있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휠체어에 앉은 친구들과 함께 준비한 공연을 마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합창단원인 강수진(20)씨는 이내 객석의 부모에게 달려가 안겼다. 강씨는 “우리 노래가 같은 처지의 친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2007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희귀ㆍ난치성질환 합창단의 창단멤버다. 합창단 창단과 운영은 13년 전 국내에서 처음 희귀ㆍ난치병 민간복지에 뛰어든 에버랜드가 지원했다.

10년이 흐르며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소녀는 어느새 합창단 리더가 됐다. 강씨는 “몸이 아파도 외부 활동을 바라던 부모님에게 이끌려 마지못해 합창단에 들어왔다”며 “처음엔 같은 처지의 언니 오빠들과 함께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젠 동생들을 챙기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4세 때부터 경직성 하지 마비란 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국내에 존재하는 희귀ㆍ난치병 700여종 중 하나다. 발병 원인을 모르고 근본적인 치료법도 없다.

강수진씨가 합창 연습을 하는 서울 연희동 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실로 안내하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강수진씨가 합창 연습을 하는 서울 연희동 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실로 안내하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꽃다운 나이에 병마와 싸우는 강씨지만 얼굴에서는 해맑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난달 말 서울 연희동 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씨는 불편한 걸음 속에도 “나이를 먹을수록 질환이 심해진다는데 약물 치료로 악화만 방지하고 있다”는 말을 태연히 건넸다.

희망의 소리 합창단은 연합회 사무실에서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연습한다. 김철호 삼육대 음악학과 교수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지도를 해준다. 합창단 운영은 10년이 됐지만 정기공연은 올해를 포함해 8회에 그쳤다. 모두 아픈 아이들이라 20여 명의 단원을 채우기 쉽지 않다.

강씨는 “언제 아플지 모르는 아이들이라 연습하다 응급실을 가고, 입원해 있다 공연 때만 참가하기도 한다”며 “다들 옆에 있던 친구가 어느 날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도 노래는 강씨가 가장 좋아하는 합창곡 ‘귀 기울여 봐’처럼 힘든 세상을 사는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줬다. 이 곡에는 ‘한송이 꽃보다 꽃다발이 더 아름답듯 합창은 노래로 만드는 꽃다발이야’란 가사가 나온다. 강씨는 “공연을 하는 날은 아픈 친구들이 모처럼 외출하는 날”이라며 “합창은 우리 같은 아이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가교”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지난해 충남 천안 백석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올해 2학년이 됐다. 불편한 몸으로 기숙사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부모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고, 삶의 목표도 보다 분명해졌다. “국내에는 아직 없는 희귀ㆍ난치성질환 분야 사회복지사가 돼서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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