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거래처에서 총 29억원을 빌려 미국으로 도피했던 60대가 현지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비참하게 살다 검거돼 최근 국내로 압송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A(65)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골재 운송업자였던 A씨는 2004년 1월 거래처 사장인 B(55)씨에게 “건축골재 매입대금을 빌려달라”며 3,000만원을 챙기는 등 같은 수법으로 23명에게서 29억2,800만원을 빌린 뒤 미국으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씨는 골재 운송업을 하며 막대한 빚을 안고 있었고, 거래처로부터 29억여원을 빌려 출국 전 대부분 채무변재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돈을 빌려준 거래처 사장들은 A씨가 평소 거래대금을 잘 갚아 사기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2004년 1월 말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불법체류자 생활을 시작했다. 비자가 만료되자 전문 브로커에게 4,000달러(한화 458만원 상당)를 내고 위조신분증도 만들었다. A씨는 브로커에게 매달 비자유지 비용 명목으로 400달러를 내야 했지만 29억여원을 채무변재에 모두 사용한 터라 비용 마련에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해외도피 생활은 지난해 2월 현지 경찰에 공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되면서 막을 내렸다. A씨는 징역 3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 받아 복역하던 중 현지 경찰이 한국영사관에 범죄사실을 통보하며 지난 1일 한국으로 인계됐다. A씨는 경찰에서 “미국에 도피한 기간은 지옥 같았다”며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를 저지르고 국외로 도피하면 귀국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며 “특히 해외 불법체류자 신분은 새로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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