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공군기지 연계 의혹 논란 확산
제주시민단체 “제2공항 사업 반려해야”
제주 제2공항에 국방부가 공군기지 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주사회가 들끓고 있다.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들어설 경우 제주가 군사기지로 변해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2공항 전면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 강정마을회, 제주 제2공항반대 성산읍대책위원회 등은 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제주를 더 이상 군산기지로 내 줄 수 없다”며 제2공항 건설과 공군기지 연계 추진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강정 주민의 삶을 짓밟고 들어선 제주해군기지로도 모자라 제주에 공군기지가 추진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이 아닌 동북아 군사적 갈등의 거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미ㆍ중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아태지역이 군사적 각축장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전역의 군사기지화 추진은 제주를 동북아 화약고, 패권전쟁의 놀이터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국방부가 국방중기계획 등을 통해 추진의사를 공식화한 공군기지와 제2공항의 연계설이 구체적으로 제기되면서 제주도민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오락가락한 입장표명도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확신을 더하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제라도 제2공항 사업의 이면에 공군기지가 숨어있다는데 대해 원희룡 도정은 즉각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이 사업을 반려해야 한다”며 “제2공항의 군사기지화까지 더해진다면 제주와 한반도의 운명은 강대국의 논리로 재단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서귀포) 의원은 지난 2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5년간 2,950억원을 투입해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창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제주 제2공항과 연계한 공군기지 설치 계획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군기지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처음으로 국방중기계획(1999∼2003년)에 제주공군기지 설치계획을 반영한 이후 매년 순연해 반영했다. 사업명칭은 2006년에 제주공군기지에서 남부탐색구조부대로 변경됐다.
이처럼 제2공항이 공군기지와 연계될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자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의 공문을 공개하면서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지난 7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임을 천명한다”면서 “제2공항이 어떠한 군 공항시설로 이용되거나 포함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며 이와 관련해 국방부와 어떠한 검토나 협의도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제주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군기지 설치 의혹을 모두 풀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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