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ㆍ김무성, 범 여야의 두 인사가 ‘포스트 탄핵심판’ 정국의 키맨으로 떠올랐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돕기도 했던 이들은 이제는 개헌과 반패권을 매개로 한 빅텐트를 도모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8일 탈당계를 제출한 뒤 페이스북에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난다, 국회의원직도 내려놓는다”며 “이 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뒤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대선정국에서 자리매김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김 전 대표는 주위에 대선에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고 알려졌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단한 주요한 배경은 친문 패권이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특히 자신이 대표발의한 상법개정안이 그 지경(무산)이 됐는데도 당에 남아있는 건 치욕”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제3지대 빅텐트’에 뜻을 함께 하는 김무성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에게 느낀 실망감을 적나라하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에게는 문 전 대표를 두고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라는 표현도 썼다고 한다.
김무성 의원 역시 친박 패권에 치를 떨며 탈당,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2014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로 당선됐지만, 2년 임기 내내 주요 당무까지 개입해 흔드는 친박과 청와대의 입김에 시달리는 모욕을 당해야 했다. 특히 정치생명을 걸고 공천 개혁을 밀어붙였지만, 무용지물이 되면서 급기야 공천장에 대표직인 날인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김 전 대표에게 동병상련의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여야를 통틀어 대표적인 중도지대 정치인이란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범 여권과 범 야권의 세력을 모아 대선 전 빅텐트 구축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 의원도 “반패권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모두 함께 만나겠다”며 김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을 높였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친문ㆍ친박 세력을 제외한 대선주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원샷 경선’ 시나리오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중도지대에서 대선의 구도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최대한 해봐야 한다”며 “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정권을 문 전 대표에게 갖다 바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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