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남상욱 기자
매사에 때가 있다는데, 마침내 그도 일에 때를 찾은 듯하다. 만취해 술집 종업원을 때리고, 순찰차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셋째 아들 김동선(28)씨가 8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 받았다.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나타나, 집행유예로 사복을 갈아입은 채, 집으로 향한 그의 속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다. 법정에서의 표정은 진지했고, 재판 과정에서 “반성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했으니 이제는 말에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이만큼 고초를 겪었으니 또 불미스런 일로 ‘한화 회장의 셋째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모두가 기자와 같은 생각이진 않을 것이다. 2010년 7월 기자는 서울 도심의 고급주점들을 헤집고 다녔었다. 그의 사진을 한 손에 들고, 전해 들은 사건 내용을 캐묻는 과정이었다. 용산구 G호텔 주점에서 마침내 만난 여종업원은 사진만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일은 떠올리기조차 싫어요”라는 말,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다.
데자뷰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술집 기물을 파손하고, 종업원을 강제추행하고, 파출소 방범창을 뜯어내는 행패를 부렸다. 검찰은 “초범이고, 기물파손은 피해를 변상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기소유예 처분으로 죄를 묻지 않았다. 당시 “술만 먹으면 사고를 치니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이라는 주변 사람의 말 또한 지금 귓전에 울린다.
그는 이후 음주운전 사고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음주 폭행 두 번, 음주 사고 한 번. 이러니 “뜨거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김 회장마저도 크게 화를 내며 “벌을 받고 자숙하라”고 했다. 변화를 일으킬 큰 자극, 엄정한 징벌이 필요하다는 심정이 담겼으리라 짐작한다. 굳이 “일반인이라면 벌금형 등으로 간단히 처벌받을 사안”이라는 사족을 붙여가면서까지, 흉기인 술병까지 던진 난동을 술에 취해 벌인 우발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아들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의중에 부합할지,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자극이 될지 솔직히 의문이다. 다시 일을 저질러도 기소 유예,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김씨에게 심어준다면 참으로 큰일이다. 회사와 가문, 본인을 위해서라도 ‘삼진 아웃’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다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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