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부천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이자 대표적인 여성학자인 권인숙 명지대 교수를 영입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권 교수는 사회적 관계에서 성폭력을 분석하고 여성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분”이라며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모든 분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권 교수 영입 사실을 알렸다.
권 교수는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 관계와 불평등의 문제에서 분석하고 우리 사회의 성평등 방안을 모색해 온 대표적 여성학자다.
서울대 재학시절이던 1986년 경기 부천의 한 의류공장에 위장 취업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문귀동 형사로부터 성고문을 당했다. 권 교수는 문씨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혁명을 위해 성적 수치심을 이용한다”며 그를 무혐의 처리하고, 권 교수만 구속기소에 사회적 논란을 가져왔다. 이후 재정 신청을 통해 특별검사 격인 공소유지담당 변호사가 임명돼 문씨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이 사건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촉발시킨 사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권 교수는 사건 이후 미국으로 건너 가 여성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3년부터 명지대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유일하게 성폭력만을 전담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연구소 ‘울림’의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권 교수는 “권인숙 스스로가 폭력의 피해자로만 살지 않은 것처럼 지금의 여성들은 피해자가 아닌 저항하고 외치는 광장의 주인으로 자리 잡았다”며 “문 전 대표가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의지대로 여성들의 대통령이 되는 길을 함께 찾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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