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주한 혐의 부장 구속
촬영 당시 삼성과 상속 소송 중
CJ “그룹과 무관한 개인 범죄
영상 구입 제안 있었지만 거절”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촬영에 삼성과 상속 소송전을 벌인 CJ그룹의 한 간부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 사건 전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7일 사정당국과 CJ그룹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의 동영상 고발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현)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카메라 등 촬영) 위반 혐의로 선모씨를 지난달 25일 구속했다. 선씨는 CJ제일제당 경영관리파트 심사팀 부장 출신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문제의 동영상 제작에 참여한 선씨 동생과 이모씨도 구속했다.
선씨 형제와 이씨 등 3명은 여성 김모씨를 이 회장의 자택 등에 투입시킨 뒤 동영상을 찍도록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씨 등은 비밀 촬영을 위해 모조 명품 가방에 구멍을 낸 뒤 카메라를 장착해 김씨에게 건넸던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인터넷언론매체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보도했다. 서울 논현동 고급 빌라와 이 회장이 새로 마련한 삼성동 자택에서 2011년 12월~2013년 6월 총 5차례 촬영된 영상에는 유사성행위를 암시하는 대화와 화대 지급 정황이 담겼다.
CJ 직원이 이 영상 촬영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CJ그룹 차원의 관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동영상이 촬영될 당시는 CJ가 삼성 쪽과 상속 관련 소송을 벌이면서 양측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CJ측은 “그룹과는 무관한 개인 범죄”라며 선을 그었다. CJ 관계자는 “선씨가 구속되고 나서 개입 사실을 알게 됐다”며 “선씨가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취지의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퇴사한 상태”라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또 “삼성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에 동영상 제작 일당이 우리 쪽에 영상을 팔기 위해 찾아왔었으나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CJ는 당시에는 선씨가 범행에 관련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들의 동영상 촬영 목적과 ‘배후’ 여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곤란하다”며 “(선씨 등을) 구속했으니 빨리 수사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로 성매매 의혹 및 동영상 촬영과 관련한 검찰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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