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선수들/사진=한국배구연맹
[인천=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무관의 제왕'으로 통하던 대한항공이 2010~2011시즌 이후 6년 만에 한을 풀었다. 좀처럼 속내를 내놓지 않는 박기원(66ㆍ대한항공) 감독이 7일 삼성화재와 시즌 홈 최종전을 앞두고 "우리 집에서 우리 손으로 우승하고 싶다"고 할 만큼 간절했다. 선수들도 반드시 안방에서 우승 헹가래를 치겠다는 각오로 싸워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삼성화재와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17 23-25 25-20 20-25 15-13)로 이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매직넘버 '2'를 남겨두고 있던 대한항공 승점 2을 추가하며 정규리그 우승(25승 10패ㆍ승점 72)을 확정했다. 잔여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2경기를 남긴 2위 현대캐피탈(승점 65)을 따돌렸다. 미차 가스파리니(33ㆍ슬로베니아)는 서브 득점 7개를 비롯해 31득점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노감독은 차분하게 코칭스태프와 악수를 나눈 뒤 코트 주위를 맴돌며 감격의 순간을 만끽했다. 선수들은 어린아이처럼 코트 안에서 얼싸 안았다. 뒤늦게 손에 이끌려 코트로 나간 박 감독을 선수들은 번쩍 들어 헹가래를 쳤다.
박 감독은 경기 뒤 아내 얘기를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팀과 선수들에게 고맙다. 한국에서 우승이 없었는데 마지막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며 "감독이 모자라는 부분을 좋은 선수들이 채워졌다. 나는 조그만 도움을 준 것뿐이다. 아내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통합 우승은 별도다.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화재(17승 18패ㆍ승점 55)는 프로배구 출범 후 1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3위 한국전력(승점 59)과 승점 차를 '3'으로 좁혀야 하는 상황에서 4점 차다. 시즌 최종전인 현대캐피탈전을 이기더라도 한국전력의 결과를 지켜봐야 해 사실상 자력 진출이 힘들어졌다.
이날 경기장에는 인천 연고 남녀 팀의 동반 우승을 직접 보기 위해 일찍부터 많은 관중들이 운집했다. 대한항공전을 앞두고는 더 많은 팬들이 자리를 메워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한 치의 양보 없는 명승부였다. 1세트는 대한항공이 따냈다. 삼성화재는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26ㆍ네덜란드)의 공격 성공률이 불과 22.22%에 그치며 추격에 실패했다. 2세트는 완전히 달라진 타이스를 앞세워 삼성화재가 가져갔고 3세트는 막판 리시브가 갑자기 흔들린 삼성화재의 틈을 대한항공이 놓치지 않았다. 대접전이 전개된 4세트에서는 삼성화재가 강한 집중력으로 따냈다. 운명의 5세트에서 초반 삼성화재가 앞서갔으나 1-5에서 대한항공이 내리 6점을 얻은 뒤 승기를 굳혔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0(25-15 25-13 25-21)으로 눌렀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20승 9패(승점 59)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제패는 2007~2008시즌 이후 9년 만이자 통산 4번째다. 이는 여자부에서 가장 많은 횟수다.
2014년 부임한 박미희 감독(54ㆍ흥국생명) 은 야구ㆍ축구ㆍ농구ㆍ배구 등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우승을 달성한 첫 여성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경기 후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끊임없이 소통하며 결속력을 다진 것이 중요했다. 통합 우승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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