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지킨 중형차 1위 자리 SM6 등에 내줘
8일 쏘나타 신 모델인 ‘뉴 라이즈’출시
커지고 고급화된 시장 공략위해 오빠차로 회춘
그랜저IG 고객 겹치지 않도록 낮은 연령층 공략
“중형차 시장 좁아지는 만큼 질적 성장 있어야 할 것”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 또 한번 폭풍이 몰아칠 기세다.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지난 30년간 누린 지존의 자리를 위협받자, 새 모델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데도 이례적으로 내ㆍ외장 뿐만 아니라 최신 기술을 탑재하며 신차 수준의 변화를 꾀했다. 르노삼성 SM6와 한국지엠(GM) 말리부 등과 양분했던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욕이 반영된 것이다. 쏘나타가 중형 세단의 판도를 바꿀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지 관심이 모아진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는 지난달 4,440대가 팔려 중형차 시장에서 여전히 판매1위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LPG 영업용 모델을 제외한 순수 개인용 판매로만 집계하면 결과는 다르다. 르노삼상 SM6가 3,700여대로 중형차량 판매량 1위이며, 2위는 GM 말리부(3,200여대), 그리고 쏘나타는 1,600여대로 3위에 그친다.
지난해에도 쏘나타는 영업용 차량을 제외하면 3만5,023대만 일반 고객에게 팔려 SM6(5만431대)에 밀렸다. 지난해 4월 출시한 말리부는 가솔린 모델만 출시했는데도 쏘나타와 비슷한 3만2,596대를 팔았다. 1985년 탄생한 1세대부터 판매 1위를 놓친 적 없던 쏘나타로선 충격적인 결과일 수 밖에 없다.
쏘나타의 추락은 완성차 업체의 대표 차량이 포진한 중형차 시장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보다 체격은 더 커지고, 성능과 품질은 고급화된 준대형급 차량들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출시한 SM6가 대표적이다. 르노삼성은 기존 중형차 대표주자였던 SM5를 사실상 SM6로 교체하며 ‘중형 위의 중형’을 표방했다.
동급 차량에 없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충돌위험 시 브레이크를 자동 제어해 주는 긴급제동보조시스템, 차선이탈경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 20여가지의 고급 안전장치와 편의장치로 유혹했다. 당시에는 고급차나 수입차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안전ㆍ편의 사양을 대폭 적용하며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를 공략했다.
여기에 1.5dCi엔진을 장착한 디젤모델을 선보이며 경제성까지 추구했다. 르노삼성의 고급화 전략은 시장을 강타했고, 결국 SM6덕에 지난해 연간 내수 판매목표(10만대)를 11%이상 초과 달성한 11만1,101대를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38.8%나 늘어난 수치로, SM6는 QM6와 함께 르노삼성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말리부는 중형차 시장에서 ‘차급 파괴’를 일으킨 차량이다. 실제 크기가 쏘나타가 아닌 상위 모델인 그랜저에 육박한다. 전장(길이)은 4,925㎜로, 그랜저보다 5㎜길고,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거리ㆍ2,830㎜)는 쏘나타 보다 25㎜ 길다. 그런데도 배기량은 ‘2.0→1.5ℓ’로 줄이고 출력(141→164마력)은 높인 ‘다운사이징’엔진을 넣어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끌기 충분했다.
말리부는 다른 차량과 달리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LPG영업용 차량을 생산하지 않는 대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6초 만에 가속하는 2.0터보를 포함시켜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켰다. GM관계자는 “40여년동안 미국 중형 세단의 표준 역할을 해온 차량이지만,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철저히 현지화하는 작업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형세단 시장 수요는 매년 20여만대로 일정하다. SM6와 말리부 등이 선전한다면 풍선효과로 쏘나타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때문에 8일 출시하는 쏘나타를 업계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 라이즈라는 애칭을 부여한 것처럼 새 쏘나타는 직관적이고 역동적인 라인을 대거 사용한 디자인을 통해 주 공략층을 20ㆍ30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뉴 라이즈는 전반적으로 스포츠 세단 느낌을 주기 위해 차량 앞부분 끝단을 낮추고 트렁크 끝단은 높여 돌진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특히 고성능 사양인 터보모델은 스포티한 디자인 요소가 적용돼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층의 호응이 클 전망이다. 쏘나타가 ‘아빠 차’에서 ‘오빠 차’로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현대차의 이런 선택의 이면에는 그랜저IG가 출시 3개월만에 누적계약 6만대를 돌파하며 준대형급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 고급차의 상징으로 1986년 1세대 때 회장님 차로 불렸지만, 이젠 소비층을 점차 제네시스, 아슬란 등에 내줘 구매층을 낮출 수 밖에 없었다. 현대차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초까지 그랜저IG 구매 고객의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50대(33.8%)뿐만 아니라 30~40대(42.9%)도 주요 구매층으로 떠올랐다. 이전 모델인 HG 모델의 30~40대 점유율(2016년 기준)보다 4%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현대차의 라인업 정비로 쏘나타 역시 타깃 고객 연령층을 낮춘 셈이다.
그렇다고 쏘나타가 중형세단의 고급화 움직임을 놓친 것도 아니다. 뉴 라이즈에도 그랜저IG에 적용한 지능형 안전기술 패키지 ‘현대 스마트 센스(주행조향 보조ㆍ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다이나믹 벤딩 라이트 등)와 뒤따라오는 차량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는 ‘주행 중 후방영상 디스플레이’, 미세먼지를 잡는 ‘공기 청정 모드’ 첫 적용 등 최신기술을 담았다.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은 “대형차량의 라인업이 촘촘해지고 준중형급 차량도 다양해지면서 중형차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며 “쏘나타 역시 이런 급변하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스타일의 다양화와 파워트레인 강화 등 질적 성장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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