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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명령 2.0 발표…다시 요동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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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명령 2.0 발표…다시 요동치는 미국

입력
2017.03.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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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애이고국제공항에서 ‘혐오, 공포는 안 된다’는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 연합뉴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애이고국제공항에서 ‘혐오, 공포는 안 된다’는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정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다시 한번 미국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발효되었다가 연방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행정명령과 달리 미국 입국금지 대상 국가(7개국)를 이라크를 뺀 6개국(리비아, 수단, 시리아, 이란 예멘, 소말리아)으로 한정하고, 미국 영주권이나 유효 비자를 소지한 경우도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여전히 무슬림을 배척하는 명령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반 트럼프 진영은 “수정됐다고 하지만 반이민 행정명령의 알맹이는 같고 포장만 바뀐 셈”이라며 일찌감치 법적대응을 선포하고 나섰다. 수정된 반이민 행정명령에 따라 16일부터 미국 영주권자나 비자 소지자가 아닌 6개국 출신 국민에 대해선 90일간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중단된다. 이라크가 입국제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 행정명령 때와 달리 서명 후 발효시까지 열흘 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무슬림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라는 점에서 첫 행정명령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민자 테러리스트에 의해 미국인이 살해될 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는 경우보다 낮은 데도 무슬림을 계속 타깃으로 삼고 있다”라며 “수정된 안이 이전보다 덜 나쁘긴 해도 여전히 잔인하고,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LA타임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미국이 이슬람과 전쟁을 선포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미국인들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겠다는 게 트럼프의 명분인데,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이민자동맹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단 출신 이민자 엘리자베스 아르요크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이민자동맹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단 출신 이민자 엘리자베스 아르요크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당장 지난 1차 행정명령 발효 당시 소송에 나섰던 워싱턴주는 마찬가지로 법적대응을 예고하며 강하게 맞섰다. 밥 퍼거슨 워싱턴 주 법무장관은 “새로운 명령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주중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와 매사추세츠 주도 성명을 통해 새 행정명령 또한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을 위반한다며 무효화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크 헤링 버지니아 주 법무장관은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트럼프의 반이민행정명령은 세계에 끔찍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들도 비인도적 조치라며 즉각 반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성명을 내고 “축소된 버전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하자가 있다”고 평가했고, 구호단체인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밀리밴드도 “이러한 조치는 미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미국을 훼손하려는 극단주의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실제 16일부터 수정된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효하면 전세계 공항에서 미국 입국이 제지된 무슬림들의 혼란이 재연되고 법정공방이 불붙을 전망이다.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공화당의 반이민 행정명령 시행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앞선 명령 발효 당시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공화당의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입장을 바꿔 전적으로 새 행정명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내친김에 이민자에 대한 경계심을 끌어올리려는 듯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약 300명의 난민을 테러 연루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CNN은 이민자에 대한 경계를 잠시 느슨히 했던 트럼프 정부가 안보 불안 심리를 재차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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