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국제공항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여행 금지 등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로 국제선 노선이 취소되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양양공항은 외국인 탑승객 중 90% 이상이 유커(游客)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스타항공이 양양에서 중국 선양(瀋陽)과 광저우(廣州)를 잇는 정기운수권을 국토교통부에 반납했다. 이 노선은 양양공항이 14년 만에 확보한 국제 정기선이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현지 모객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취항을 포기했다. “진에어가 다음달 운항 예정인 양양~상하이(上海) 정기노선도 취항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강원도의 설명이다. 이로써 양양공항은 국제선 모객을 부정기편이나 전세기에 의존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여행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터라 전세기 패키지도 현지 모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중국 7개 도시에 취항하려던 저비용항공사(LCC) 설립도 제동이 걸렸다. 국토부는 운영초기 항공사의 재무관련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지적한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원도가 양양~베이징(北京), 양양~도쿄(東京) 등 동아시아 올림픽 개최도시를 이으려는 하늘길 개설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양양공항 입장에서 유커는 한 때 고마운 존재였다. 강원도는 2012년 중국현지를 적극 공략, 관광객 3만 여명을 유치했다. 양양공항 이용객은 2014년 17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공항 곳곳을 오성홍기 등으로 꾸미고, 전세기 운항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유커 모시기에 성공한 결과였다. 국내외 언론은 “강원도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유령공항을 살려냈다”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에 가로 막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가 부른 부작용이다.
양양국제공항의 노선 다변화는 해묵은 과제였다. 강원도는 수년 간 양양공항에서 동북아, 동남아 국가를 연결하는 ‘+’자형 항공망 구축을 추진했다. 앞서 2009년에는 동아시아지방정부관광포럼(EATOF)를 열어 전세기와 크루즈 활성화를 모색하는 협의회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과 여행사들이 양양공항을 단순히 거쳐 가는 중간 기착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외국인을 강원도에 머물게 할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5년 무슬림을 겨냥한 할랄(Halal)타운 조성이 무산돼 동남아 노선 개척을 위한 동력을 잃었다. 좀처럼 중국 일변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양양공항 이용객은 사드변수가 불거진 지난해 9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강원도는 “한한령을 극복해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과 러시아, 동남아를 대상으로 관광세일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효과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평창올림픽이란 호재를 활용하고, 강원도만이 가진 문화체험 상품 개발, 쇼핑인프라 확충 등 올해 마케팅 전략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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