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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Market’을 선점하자] (하) 無에서 有 만드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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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Market’을 선점하자] (하) 無에서 有 만드는 제도

입력
2017.03.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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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그룹의 자회사인 에어버스헬리콥터는 최근 한국 중소기업 샘코와 1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향후 8년 동안 만들 여객기와 헬리콥터 출입문의 부품들을 샘코에서 공급받기로 한 것이다. 샘코에겐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샘코 관계자는 “외국 대기업과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중소기업엔 흔치 않다”며 “선제적 제도 개선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미래 시장을 내다보고 만든 제도나 정책은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이 신시장 창출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에어버스헬리콥터가 샘코를 선택한 배경엔 절충교역 지침이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무기나 군 장비를 수입하면 계약 상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거나 국산품을 수출하는 등 반대 급부를 제공받는다. 군수품에만 허용됐던 이 제도를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항공ㆍ로봇ㆍ정보기술 같은 미래 유망 분야 민수품에도 적용하도록 개선했다. 정부가 에어버스에서 공군용 공중급유기를 도입한 데 따른 반대 급부로 샘코의 신시장 진출 길이 열린 것이다. 샘코 관계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추가 수출 물량 확보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샘코의 한 직원이 생산 중인 항공기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관련 제도 개선으로 프랑스의 유명 항공기 제조사에 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샘코 제공
중소기업 샘코의 한 직원이 생산 중인 항공기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관련 제도 개선으로 프랑스의 유명 항공기 제조사에 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샘코 제공
송전탑에 근접해 안전 진단이 필요한 부위를 촬영하고 있는 무인이동체(드론). 가운데는 드론의 열화상카메라에 찍힌 영상이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송전탑에 근접해 안전 진단이 필요한 부위를 촬영하고 있는 무인이동체(드론). 가운데는 드론의 열화상카메라에 찍힌 영상이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항공 분야는 드론과 함께 미래 급성장할 시장으로 꼽힌다. 이를 선점하려면 미리 제도나 정책으로 기반을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드론은 시장 형성을 뒷받침할 만한 기술 기반마저 취약하다. 이에 한국전력은 카메라가 달린 드론에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를 알려주고 송전탑이나 고압선로 사진을 찍어오게 하는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장비 점검을 드론이 진출할 신시장으로 보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시장 창출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 없다. 기존 제도가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제도적 기반이 없어 막히기도 한다. 이동형 로봇이 좋은 예다. 사람과 부딪힐 위험이 있는 이동형 로봇이 충돌 회피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없이 갑자기 대량생산된다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기업이 로봇을 공급하려 해도 위축될 수 있다.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클러스터사업단장은 “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상반기 중 로봇 제조업체들에 배포할 계획”이라며 “로봇 신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시장 성장의 또 다른 걸림돌은 가격이다. 로봇산업진흥원은 기업에게 로봇 구매와 신공정 설계를 지원한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유원은 이렇게 확보한 로봇 덕에 생산성이 40% 향상됐다. 류지호 로봇산업진흥원 로봇성장사업단장은 “로봇 업체 경쟁력과 수요를 끌어올리면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유원이 공공기관 지원을 받아 도입한 자동차 부품 제조용 로봇. 도입 이후 전체 공정 자동화로 생산성이 40% 향상됐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공
중소기업 유원이 공공기관 지원을 받아 도입한 자동차 부품 제조용 로봇. 도입 이후 전체 공정 자동화로 생산성이 40% 향상됐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공

가상현실(VR) 역시 미래 유망 산업이지만 아직 수요가 많지 않다. 공공수요로 시장 창출의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는 자동차 운전면허나 건설중장비 기사, 소방안전 관리사 등 국가자격증 실기시험에 VR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선제적 제도와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기업에게 ‘가뭄 속 단비’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은 “신시장의 플레이어는 기업”이라며 “신시장을 주도하기보다 기업이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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