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측이 삼성서 받은 433억
“대통령과 공모… 이익 공유”
미르ㆍK재단은 공동 운영
김기춘ㆍ조윤선과 공모해
문화계 정부 지원 배제 명단
문체부 공무원 ‘찍어내기’ 관여도
朴-崔 구체적 관계엔 말 아껴
“탄핵심판에 영향” 반발 감안한 듯
朴측 “정치적 특검 짜맞추기 수사”
“최순실한테 속은 게 죄라면 죄”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변명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게 먹혀 들지 않았다. 그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의 ‘진짜 몸통’이라는 결론은 검찰도, 특검도 동일했다. 오히려 특검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관련, 검찰의 결론이었던 직권남용죄(징역 5년 이하)보다 형량이 훨씬 높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박 대통령과 최씨에게 적용했다.
특검이 새로 파악한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모두 5개다. 우선 특검은 최씨에 대한 삼성그룹의 433억원 자금 지원과 관련, 최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건의 발단이 됐던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동 운영’했다고 봤고, 두 사람 사이에 대해선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했다. 민간인인 최씨에게 공무원 범죄인 뇌물수수죄를 물을 수 없고, 삼성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흘러 들어간 금품은 없다는 대통령 측 반박을 이러한 논리로 물리친 것이다.
특히 특검이 “헌법 가치를 위반한 중대 범죄”라고 지적한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부분에서 대통령은 범죄사실 3개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대회 준우승을 계기로 시작된 대한승마협회 감사 이후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 2명이 ‘최씨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하자 박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라면서 이들의 사직을 강요했다. 김기춘(78ㆍ구속기소)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공모, 정부비판적 성향의 문화계 인사 명단을 작성하고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배제토록 한 혐의도 있다. 이후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정책에 미온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를 받아내도록 한 이른바 ‘찍어내기’에도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특검 수사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의 초고속 승진에도 대통령은 직접 개입했다. 이씨를 해외업무 총괄 본부장직에 앉히려 했던 최씨 요구가 안 먹히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이상화를 당장 승진시켜라.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느냐”고 화를 냈는데, 이는 박 대통령 지시 때문이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앞서 검찰이 적용했던 ▦현대차에 최씨 지인회사 납품계약 강요 ▦플레이그라운드 71억원 광고발주 압력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강요 등 9개를 포함, 총 14개로 늘어났다.
다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구체적인 공모 관계’에 대해 특검은 6일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말을 아꼈다. 이르면 10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 특검이 영향을 주려 한다는 대통령 측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정치적 특검이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자료를 내고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정유라의 승마훈련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삼성과 최씨의 계약을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성을 차단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나 최씨와의 ‘차명폰 573회 통화’ 의혹 등 대통령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객관적 증거가 아닌 목표를 정해놓고 진행했다”며 특검 수사를 비난하고 있어 어떤 경우를 통해서든 퇴임 이후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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