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제로 썸 게임 아닌 플러스 썸
대구 백화점 매출 증가세 뚜렷
전년동기비 12월 9.6%, 1월 12%.4% 상승
같은 기간 전국평균 0.5%, -2.5% 불과
신세계 이용객 절반 이상 외지인
개별 백화점 사정은 천차만별
현대 '럭셔리' 이미지 강화로 수성
롯데 "큰 영향 없어" 담담
대백 아울렛사업으로 돌파구
1973년 대구에 진출했다가 1976년 철수한 신세계백화점. 40년 만인 지난해 12월15일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현지법인 형태로 재입성한 뒤 지역 백화점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개장 석 달이 다 된 가운데 ‘제로 썸 게임’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외지 수요가 대거 유입하면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 플러스 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려했던 교통대란도 기우였다.
백화점판매액지수 타 지역 대비 급상승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백화점의 판매액 증가세가 미미하거나 감소한 가운데 유독 대구지역만 전년 동기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대구지역 백화점 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4%, 1월엔 12.4%나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할인점은 -2.3%, 6.8%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전국 백화점 판매액지수는 지난해 12월엔 0.5% 상승했지만 1월엔 되레 2.5%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구신세계백화점이 개점하면서 대구 이외 지역 소비자들의 유입이 대거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구신세계백화점과 대구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신세계 오픈 후 KTX와 고속버스 일 평균 이용객도 60%가량 늘었고, 개점일이 낀 주의 대구도시철도 1호선 동대구역 승하차 인원은 전 주 같은 요일보다 181.4%나 증가했다.
신세계 이용객 절반이 외지인
대구신세계백화점은 개장 한 달 간 자사카드 이용객을 분석한 결과 평일에는 50~55%, 주말에는 60%가 외지인이 차지했다. 경북이 20.2%로 가장 높았고, 서울(5.6%), 경기(4.1%) 등 수도권과 경남(3.3%), 부산(3.1%) 순이었다. 오픈 3일 만에 100억 매출 달성, 오픈 첫 달 500만 명 방문이라는 기록들을 세웠고 요즘도 하루 평균 10만 명 가량이 찾고 있다.
우병운 대구 신세계백화점 사회공헌팀 과장은 “해외유명브랜드관과 주라지테마파크, 대구 최초의 아쿠아리움인 얼라이브아쿠아리움, 루앙스트리트(식당가) 등 지을 때부터 기존의 백화점과 차별을 두어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테마관으로 지었다”며 “기존 백화점에 없던 새로운 시도로 경북을 비롯한 영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찾는 대구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2015년 말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철수한 샤넬이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명품브랜드 유치전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게다가 에르메스, 샤넬, 까르띠에 등 3대 명품라인을 모두 보유한 현대와 어떻게 한판 승부를 벌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백화점별 영향은 천차만별
지역 백화점업계 전체적으로는 '신장'했지만 개별 백화점별 온도차는 매우 크게 느껴진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신세계 진출이 되레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시켜준 호기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당초 우려한 매출감소는커녕 되레 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에 대응해 개장 4년여 만에 300억 원이나 들여 리뉴얼하고, 매장을 재배치하는 중이다. 화장품과 명품매장이 함께 있는 1층 전체를 명품매장으로, 식품관과 유플렉스 존이 함께 있는 지하1층 전체를 식품관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1일 오픈 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폼피’ 등 이슈 브랜드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이용우 현대백화점 대구점 홍보마케팅 과장은 “신세계의 대형공간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현대백화점이 가지는 강점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서비스 매장환경 등 다른 환경적인 부분들을 더 고급화해 백화점다운 백화점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신세계 개장 첫 한 달 간은 매장 별로 5~10%까지, 전체적으로 5% 가량 매출이 줄었지만 설을 넘기면서 예년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핸 고객편의와 상품다양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2년 간 증축 등 매장을 개선해 기존 3만3,000㎡의 매장면적을 1.5배 수준으로 확장했고 400여 개의 입점브랜드를 700여 개로 늘렸다. 서충환 롯데백화점 대구점 홍보팀장은 “매장면적은 물론 주차장을 확장하고 입출차 시스템을 개선해 대기시간을 단축하는 등 고객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은 특별한 매출감소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잇따른 명품브랜드 이탈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개장 때 까르띠에 철수에 이어 이번엔 루이비통 몽블랑 구찌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등이 잇따라 이탈했다. 이들이 철수한 자리에 병행수입을 통한 편집 명품매장 유치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 희망퇴직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인근 옛 귀빈예식장 자리에 아울렛매장을 통해 열세를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견제로 매장 구성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백 측은 아울렛 개장을 당초 계획보다 한 달 가량 연기, 4월에 오픈 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
<상> 지역 백화점계 파이가 커졌다
<하> 동대구역세권 개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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