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ㆍ대만에서 6억원대 들여와
인공증식한 것처럼 서류 조작도
한 마리에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앵무새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게다가 앵무새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라 정부 허가 없이는 들여올 수 없다. 밀수 경력이 있는 지인에게 대만 밀수브로커를 소개받은 A(42)씨와 태국 여행 중 우연히 조류매장에서 현지 밀수브로커를 만난 B(44)씨는 외국에서 앵무새 알을 몰래 들여와 키운 다음 판매하는 기발한(?) 사업을 구상했다.
이들은 곧바로 앵무새 알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살 수 있는 대만과 태국으로 갔다. 현지 브로커를 통해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억5,008만원 상당의, 개수로는 4만개(개당 1만원 남짓)가 넘는 앵무새 알을 구입하는 등 사업을 착착 진행해 갔다. 앵무새 알은 제일 싼 게 개당 1만원 남짓, 비싼 건 80만원짜리도 있었다.
공항에서 적발되지 않고 어떻게 국내로 운반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이들의 머리에 ‘식빵’이 떠올랐다. 넓은 면적에 폭신한 질감까지 갖춘 식빵은 앵무새 알 포장에 제격이었다. 이들은 식빵 사이에 알을 끼워 넣고는 여행가방에 담아 유유히 입국했다. 바닥에 솜을 깔아놓은 과자깡통도 이용했는데, 부패를 막기 위해 여러 개의 구멍을 뚫었다. 때로는 앵무새를 마취시킨 뒤 가방에 담아 들이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들이 190여 차례 밀수를 하는 동안 공항 검색대는 딱 한 차례 적발하는데 그쳤다.
만약에 대비,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앵무새 여러 마리를 합법적으로 들여와 어미 새로 둔갑시켰다. 자신들이 밀수한 모든 알들을 해당 앵무새들이 낳은 것이라고 거짓 신고해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받는 식이었다. 합법적 개체가 낳은 새끼 역시 동일한 지위를 얻어 양도ㆍ양수에 필요한 신고만 하면 문제삼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후에는 거칠 게 없었다. 국내에서 앵무새를 부화시킨 뒤 본인이 운영하는 조류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5년간 1만 마리 이상(10억2,836만원 상당)을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밀수된 알들의 부화율이 30% 정도인 걸 감안한 수치로, 이들이 거둔 수익은 4억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야생동물보호법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구속하고, B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판매에 가담한 17명도 불구속 입건하고 앵무새 189마리(알 20개 포함)를 압수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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