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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코미디에 시청률이 응답했다

입력
2017.03.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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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끼 넘치는 김과장은 오피스 히어로다. KBS 제공
똘끼 넘치는 김과장은 오피스 히어로다. KBS 제공
양경수 작가의 만화도 B급 정서가 물씬 풍긴다. KBS 제공
양경수 작가의 만화도 B급 정서가 물씬 풍긴다. KBS 제공

최근 ‘B급 감성’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서 환호 받고 있다. 예상 밖 홈런을 날린 KBS2 ‘김과장’에 이어서 JTBC ‘힘쎈여자 도봉순’(‘도봉순’)이 무섭게 상승세를 타면서 비주류라 여겨졌던 ‘B급 코미디’가 새로운 흥행 코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두 드라마는 만화 같은 이야기와 기발한 캐릭터 설정이 돋보인다. 유치하고 황당하지만 주인공들의 활약상이 통쾌해 한번 발을 들이면 그 오묘한 재미에 금세 중독되고 만다.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남궁민)은 천부적인 ‘삥땅’ 실력으로 회사에서 크게 한탕을 치려고 하다가 도리어 부조리와 싸우고 있다. 속물에서 의인이 돼 가는 김성룡의 주무기는 회사의 압박에도 아랑곳 않는 ‘똘끼’다. 드라마 명장면을 재치 있게 담아낸 양경수 작가의 그림도 ‘B급 정서’를 북돋는다.

‘도봉순’은 모계로 내려오는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이 불량배 여럿을 가벼운 손짓 하나로 수백 m 날려버리는 장면 등을 의도된 과잉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려냈다. 의로운 일에 힘을 쓴 도봉순을 무협영화의 협객처럼 비장하게 묘사하는 연출에서도 B급 정서가 물씬 풍긴다.

대놓고 ‘B급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두 드라마가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 건 이야기가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과장’은 재벌 기업의 부정 부패와 노동 탄압, 오너 일가의 갑질, 비인간적인 기업 문화 등을 정조준 하고, ‘도봉순’에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여성혐오 범죄가 중요 사건으로 등장한다. 영웅적이지 않으면서 기이한 능력으로 악당들에 맞서는 두 주인공은 일종의 ‘병맛 히어로’인 셈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주인공들의 똘끼와 괴력은 불합리와 부조리에 맞서는 수단”이라며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수단으로는 부조리를 응징하는 게 불가능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봉순의 ‘핵주먹’은 악당들을 향한다. JTBC 제공
도봉순의 ‘핵주먹’은 악당들을 향한다. JTBC 제공
도봉순을 잘못 건드린 악당들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다. JTBC 제공
도봉순을 잘못 건드린 악당들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다. JTBC 제공

도봉순은 특별히 더 새로운 캐릭터다. 도봉순의 괴력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쓰면 곧바로 동티가 난다. 몸에 열꽃이 피고 힘도 소멸된다. 힘 조절을 못해 닭싸움 하다 상대의 꼬리뼈를 부러뜨리는 실수도 하지만 자신의 힘을 약자를 위해서만 쓰는 정의감을 갖고 있다. 일자리가 필요한 백수 주제에 면접 자리에서 국민연금과 스톡옵션, 생리휴가, 구내식당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도리어 먼저 퇴짜 놓는 모습은 갑을 관계를 뒤집는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고졸’이면서 ‘여성’이고 ‘백수’인 ‘약자’임에도 당당한 도봉순에게 시청자들은 이입한다. 이 또한 B급 정서를 건드리는 설정이다.

내용 외적으로도 두 드라마는 ‘비주류’에 속했다. ‘김과장’은 이영애 주연의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 같은 시간대 방송이라 전혀 주목 받지 못했다. 캐스팅도 화려하진 않았다. 목표도 2등이었다. 그런데 방영과 동시에 입소문을 타더니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최고 시청률이 20%에 가깝다. ‘김과장’의 한 관계자는 “남궁민이 캐스팅된 뒤 아예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로 시놉시스가 대폭 수정됐는데 그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봉순’도 마찬가지다. 박보영이라는 호감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지만, 금토드라마를 밤 11시 예능 시간대로 옮기는 편성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1회 3.8%로 출발해 4회에는 8.3%까지 올랐다. JTBC 드라마 중 역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무자식 상팔자’(9.2%)에 근접해 있다.

두 드라마의 예상치 못한 흥행 돌풍엔 시청자들의 장외 응원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두 드라마는 흥행 기대감이 높지 않은 ‘흙수저 드라마’였다”며 “방영 초기에 강자에 도전하는 약자로 포지셔닝되면서 열세를 이겨내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충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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