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 출범 후 두번째 미사일 도발
대북정책 재검토 논의에 영향 미칠 듯
전술핵 재배치 논의까지 강경론 비등
북한이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 엿새째인 6일 탄도 미사일 4발을 동해 상으로 발사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트럼프 정부 들어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달 12일 북극성 2형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IRBM)을 처음 발사했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만 보내고 제재 등 구체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미국 본토까지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데다가 대북정책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떠보기식' 시험 도발에 과잉 대응했다가 자칫 첫 스텝부터 꼬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미사일 도발을 재차 강행하면서 트럼프 정부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도발이 비록 독수리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해석되지만, 그와 동시에 트럼프 정부의 의지를 시험해보는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이날 오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ICBM일 가능성은 작지만 만에 하나 ICBM일 경우 트럼프 정부의 대응이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도 북한이 노골적 도발 의지를 드러낸 만큼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서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그동안 "북핵 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2월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다.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다"(2월1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북핵 위협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2월23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 "북한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다"(2월27일 지역방송사 기자단 만찬)는 등의 경고 발언을 줄기차게 쏟아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북핵 불용' 의지를 반영한 초강경 대북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현재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안부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안까지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지만, 제재와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초강경 대북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 소식통과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현재 미 행정부와 의회 주변에선 대북 핵시설 선제타격과 정권교체, 테러지원국 재지정,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김정은 일가 자산 동결, 인권 제재 강화, 사이버전 강화 등의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대북 선제타격론과 더불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등의 조치에 대해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핵심 각료들도 이미 '옵션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여기에 더해 전술핵 재배치 문제도 회자되고 있다. (▶ 관련기사)
뉴욕타임스는 4일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5년 전 한국에서 철수시켰던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지난달 28일까지 국가안보팀의 회의가 두 차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포함한 모든 대북 옵션이 논의됐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는 '김정남 VX 암살'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대량파괴무기(WMD)인 신경성 독가스 'VX'를 사용한 데 대해서는 전 세계가 공분하고 있어 이번 계기에 재지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으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 1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모든 옵션을 포함해 이달 안에 대북정책의 큰 기조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대북정책 확정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일보웹뉴스팀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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