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아트 오브 퍼포먼스 투어’가 시작됐다. ‘아트 오브 퍼포먼스(The Art of Performance)’는 재규어의 브랜드 슬로건이다. 우리말로 ‘성능의 미적 표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순수한 형태와 곡선, 조화로운 비율 등을 강조한 디자인과 모터스포츠에 기반을 둔 헤리티지를 융합한 재규어의 브랜드 철학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1일 부산을 시작으로 오는 14일까지 전국 5개 지역에서 재규어의 시승 프로그램인 ‘아트 오브 퍼포먼스 투어’를 진행한다. 오는 8일 광주, 10일 대구, 14일 대전이 예정돼 있다. 국내에는 지난 하반기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지난 3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아트 오프 퍼포먼스 투어’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아메리카표범처럼 신중하고 탄력 넘치는 차의 몸짓을 경험했다.
재규어 아트 오브 퍼포먼스, 이렇게 경험했다
게임 같았던 스마트콘 드라이빙
“멀리 봐야 합니다. 앞쪽만 보지 말고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통해 다음 동선을 확인하면서 운전해야 합니다.”
준비된 재규어 XF S AWD에 타자마자 조수석에 함께 탄 인스트럭터가 조언했다. 사방의 콘 위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스마트콘 드라이빙은 운전자의 순간 대처 능력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콘에는 GPS가 있어 차가 콘과 콘 사이를 오갈 때 실시간으로 차의 움직임을 계측해 보여준다. 총 3개의 불빛이 깜빡이는데, 초록 불은 지나가야 할 곳, 파란 불은 다음에 통과해야 할 곳을 뜻한다. 주행이 종료되면 모든 콘이 빨간 불로 바뀐다. 코스를 무작위로 지정해주기 때문에 앞뒤 좌우를 살피며 다음 코스를 미리 준비해둬야 구간기록을 줄일 수 있다.
주행은 마치 두더지 게임 같았다. 다음에 튀어나올 코스를 살피며 차를 격렬하게 꺾으며 몰아붙였다. 룸미러에서 파란 불이 비쳐 깜빡이면 코스를 통과하자마자 차를 반대편으로 급격히 돌렸다. 이럴 때마다 토크 벡터링이 솜씨를 발휘해 차를 안쪽으로 ‘휙’ 잡아챘다.
토크 벡터링은 안쪽 휠에 전자식으로 제동을 가해 바깥쪽 휠에 더 많은 동력을 주는 기술로 날카로운 스티어링과 핸들링을 돕는다. 차가 고속으로 코너를 진입할 때 바깥쪽 휠에 토크를 더 많이 전달해야 언더스티어 없이 안정적으로 돌아나갈 수 있다.
차를 천천히 움직일 땐 낭창거리는 재규어 특유의 움직임도 느껴졌다. 하지만 급가속과 급제동, 코너를 돌 땐 움직임이 사뭇 진지했다. 마치 유유히 정글 숲을 거닐다 먹잇감을 발견한 고양잇과 맹수처럼.
롤러코스터가 된 F 페이스
트윈 테라포드(Twin terra-pod)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차로 40도 경사의 오르막에 도달하면 유압식 구조물이 차의 엉덩이가 하늘을 향하도록 들어 올린다. 순간 땅으로 떨어질 것 같은 전율을 맛볼 수 있다.
재규어의 유일한 SUV인 F 페이스 조수석에 올랐다. F 페이스의 스티어링휠을 잡은 인스트럭터가 테라포드 위에 바퀴를 올렸다. 순간 앞바퀴에 묵직한 토크가 전달되는 것이 느껴졌다. F 페이스는 평소엔 뒷바퀴를 굴리다 노면 상태와 상황에 따라 앞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이때 앞뒤 구동력은 최대 50:50까지 나뉜다.
정상에 오르자 테라포드가 꽁지를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우리는 곧 땅으로 곤두박질칠 것만 같았지만 F 페이스의 네 바퀴는 테라포드를 꼭 쥐고 있었다.
인스트럭터가 ASPC(All Surface Progress Control)를 활성화했다. ASPC는 다른 말로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이라고도 한다. 전자 시스템이 노면 상태에 따라 스로틀 밸브와 변속, ABS 등을 스스로 제어해 최적의 트랙션을 만든다. 운전자는 가속이나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갖다 댈 필요 없이 스티어링휠만 조종하면 된다. ASPC는 3.6~30㎞/h 범위에서 작동한다.
인스트럭터는 크루즈 컨트롤 버튼으로 ASPC의 최저 속도인 3.6㎞/h로 맞추고 모든 페달에서 발을 떼었다. 그러자 F 페이스는 끈적한 물엿이 흐르듯 테라포드에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인스트럭터가 말했다.
“F 페이스에는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있어 내리막을 잘 알아챕니다. 이렇게 급한 내리막에선 ASPC를 활용하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으로 내려올 수 있지요.”
재규어의 네 바퀴 문-워크
이번 행사에선 ‘저마찰 구간’ 체험이 추가됐다. 미끄러운 슬립 패드를 깔고 재규어로 그 위를 오가며 ASPC의 또 다른 활용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비나 눈이 오면 타이어의 접지력은 줄어든다. 갑자기 제동이라도 하면 차는 걷잡을 수 없이 미끄러져 위험하다. 이럴 땐 제동 대신 최대한 저속으로 접지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달려야 하지만 변수가 많은 상황에선 쉽지 않은 노릇이다.
ASPC는 이럴 때도 유용하다. 단순한 저속 크루즈 컨트롤이 아니라 스스로 최적의 트랙션을 찾아 바퀴를 땅에 꾹꾹 누르며 달리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저마찰 구간에서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XF의 조수석에 올랐다. 인스트럭터는 ASPC를 켜고 속도를 20㎞/h로 맞췄다. “드드드득.” 시스템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ASPC는 후진할 때도 작동했다. 맹수의 날카로운 발톱은 꽤 편리하고 안정적이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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