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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에서 나락으로…지문인식 기술로 재기에 성공한 ‘크루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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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에서 나락으로…지문인식 기술로 재기에 성공한 ‘크루셜텍’

입력
2017.03.06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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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31-8] [저작권 한국일보]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경긱도 성남 판교.2017.01.31 신상순 선임기자 /2017-01-31(한국일보)
[170131-8] [저작권 한국일보]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경긱도 성남 판교.2017.01.31 신상순 선임기자 /2017-01-31(한국일보)

크루셜텍은 한때 잘 나가던 벤처업계 선두주자였다. 2000년 대 초반 손가락 움직임을 읽는 모바일 입력장치 OTP(Optical TrackPad)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해 당시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 블랙베리에 이를 납품했다. 창업 7년만에 매출은 3,000억원을 넘어섰고, 대만의 HTC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납품 요청도 잇따랐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가 해외 가전 박람회장에서 무작정 블랙베리 부스를 찾아가 OTP 납품 계약을 따낸 건 지금도 벤처업계의 유명한 일화다. 안 대표는 5일 “볼 마우스 형태보다 손가락 움직임을 전자적으로 읽는 OTP가 훨씬 유용하다는 믿음이 있어 블랙베리를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며 “우리 설명과 기술을 본 블랙베리는 차세대 모델부터 기존의 볼 마우스 패드를 떼고 크루셜텍의 OTP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루셜텍의 성공 신화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10년부터 애플과 삼성 등 터치스크린 기능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컴퓨터 키보드 같은 ‘쿼티 키보드’ 기능을 유지한 블랙베리는 탄탄하던 입지를 결국 잃고 말았다.

최대 고객사의 몰락은 크루셜텍의 어려움으로 직결됐다. 매출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얼마 안가 적자가 누적됐다. 승승장구하던 벤처업계 신화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안 대표는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이 터치 스크린 쪽으로 넘어간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그렇게 빠를지는 미처 몰랐다”며 “그 동안 이뤘던 성과를 다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 대표는 크루셜텍을 창업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삼성전자에서 나와 투자금을 구하러 다닐 때에 비하면 지금은 사정이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에 남은 여윳돈 1,000억원을 가지고 다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문인식 기술이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3년간의 적자를 버텨내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승부를 걸기로 한 것이다. “스마트폰에 무슨 지문인식 기능이 필요하냐는 주위의 핀잔도 있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안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크루셜텍은 2013년 OTP에 지문인식 기술을 더한 바이오매트릭 트랙패드(BTP)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화웨이 등 글로벌 업체에 다시 납품을 시작했다. BTP가 적용된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자 지문인식 기술에 별 관심이 없던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BTB 기술을 탑재한 신 제품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중저가형 스마트폰 모델에도 지문인식 기능이 탑재되는 등 시장이 확대되면서 크루셜텍의 글로벌 고객사도 총 16곳으로 늘었다. 2014년 74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도 2015년 2,582억원으로 전성기 때 수준을 다시 회복했다.

크루셜텍 주요 연혁/2017-03-05(한국일보)
크루셜텍 주요 연혁/2017-03-05(한국일보)

하지만 과거 아픈 경험을 겪었던 안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도 원천기술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그는 “막대한 자금력과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이 아닌 이상 남들이 만들어 놓은 시장을 따라가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며 “회사가 안정을 찾았지만 지금도 매출의 10%를 꾸준히 R&D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주목하는 새로운 기술은 지문인식이 진화된 ‘통합 생체인식’ 기술이다. 지문인식기술에 더해 홍채나 맥박, 안면 등 생체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향후 IT 시장뿐 아니라 바이오나 핀테크 등 미래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안 대표는 “현재도 신용카드, PC, 의료기기 등 전 산업영역으로 지문인식을 포함한 생체인식 기술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며 “생체인식 토탈 솔류션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선임된 안 대표는 국내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기술만 있으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만들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그는 “한국사람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우리 스스로는 정작 모르고 있다”며 “훌륭한 벤처 창업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후배 벤처인들과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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