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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 98%+타는 듯한 퍼팅' 감 찾은 박인비 부활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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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 98%+타는 듯한 퍼팅' 감 찾은 박인비 부활 원동력

입력
2017.03.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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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을 확정지은 박인비가 캐디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건강한 여제가 잃었던 감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8개월의 부상 공백을 딛고 승부처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의 공격성 앞에 막강 경쟁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박인비는 5일(한국시간)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파72ㆍ6,68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싱가포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ㆍ약 17억4,000만원)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작성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가 된 박인비는 막판 맹추격전을 벌인 2위 에리야 쭈타누깐(22ㆍ태국ㆍ18언더파 270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3타 차를 뒤집은 박인비는 LPGA 투어에서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약 15개월만이자 통산 18승째를 신고했다. 이 대회 기준으로는 2015년 세라퐁 코스에서 72홀 노보기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2년만의 패권 탈환이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2억6,000만원)다. 또 한국은 시즌 2번째 대회인 호주 여자 오픈(장하나)부터 지난 주 혼다 LPGA 타일랜드(양희영)에 이어 3주 연속 LPGA 우승컵을 휩쓸었다.

박인비의 우승 원동력은 두 가지다. 드라이버 샷 정확도와 승부처인 4라운드에서 빛난 퍼팅감의 회복이다. 박인비는 4라운드 합계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254.38야드(약 233m)로 썩 인상적이지는 않았으나 페어웨이 안착률이 거의 100%였다. 4라운드 총 56번의 티샷을 날리는 동안 페어웨이를 놓친 건 단 1번뿐이다. 정확도가 무려 98%다.

여제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퍼팅 달인이라는 칭호도 회복하는 모양새다. 박인비는 첫 두 개 라운드에서 각각 28개ㆍ29개의 퍼트 수 등을 앞세워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퍼트 수가 33개로 뛰면서 당시 선두 미셸 위(27ㆍ미국ㆍ한국명 위성미)에 3타가 멀어졌다. 박인비는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샷은 일관성이 있었지만 퍼팅이 잘 안 됐다. 1.5~3m 퍼트도 정말 안 들어갔다"며 "퍼트가 잘 떨어져 준다면 버디를 더 잡을 수 있다. 공격적으로 코스를 공략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고 적중했다.

이날 놀라운 집중력에 따른 퍼트 수가 27개로 내려가면서 무려 9개의 버디를 쓸어 담았다. 박인비는 8~12번 홀 5연속 버디로 다시 선두를 치고 나갔다. 박인비의 폭풍 같은 버디 행진에 LPGA 홈페이지는 "타는 듯이 '핫'한 퍼팅이었다"고 표현했다.

8개월의 투어 공백을 딛고 돌아온 첫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의 예열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박인비는 공동 25위에 그쳤지만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혼다 타일랜드에서 퍼트 수가 31-32-31-26개였던 그는 대회를 앞두고 "퍼트 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인내심을 갖겠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골프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LPGA와 가진 우승 인터뷰에서 "어제 그렇게 안 됐던 퍼팅이 오늘 나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잘 떨어졌다"면서 "지난 주 대회를 뛰며 약간 녹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내 리듬을 회복되기까지 한두 달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주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4라운드는 원하는 것이 완벽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LPGA는 박인비의 우승에 대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상으로 투어를 떠나있었던 선수라고 믿기 어렵다"고 놀라워했고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 링크스는 "오랜 휴식을 딛고 박인비가 싱가포르에서 위너스 서클(경마에서 결승선 가까이 울타리를 친 장소)로 돌아왔다"고 평했다. 뉴질랜드 언론 스터프는 "마지막 날 리디아 고(20ㆍ뉴질랜드ㆍ공동 9위)가 이븐파로 삐끗하는 동안 박인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며 여자 골프 신구의 라이벌 구도를 대비시켰다.

관심을 모았던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도 LPGA 정식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단독 3위(16언더파 272타)로 마친 그에 대해 골프 링크스는 "한국인 루키가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외 디펜딩 챔피언 장하나(25ㆍBC카드)가 미셸 위, 브룩 헨더슨(20ㆍ캐나다)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고 유소연(27ㆍ메디힐)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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