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더비’에서 이상호(30ㆍFC서울)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프로축구 FC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 2017’ 홈 개막전에서 1-1로 비겼다.
서울은 전반 9분 수원 김민우(27)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7분 이상호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윤일록(25)이 왼발로 밀어 넣은 볼을 이상호가 골문 앞에서 오른발을 갖다 대 그물을 갈랐다. 원래 수원 소속이던 그는 올 겨울 서울로 팀을 옮겼다. 라이벌 간 이적은 극히 드문 일이라 큰 화제였다. 경기 전 이상호가 소개될 때 수원 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이에 질세라 서울 응원석은 이상호가 볼을 잡을 때마다 큰 함성으로 힘을 실어줬다.
사실 그는 잔 부상 때문에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이상호는 경기 뒤 “슈퍼매치(서울-수원 라이벌전)가 아니었다면 한 경기 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수원이라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날 동점골을 터뜨린 뒤에는 친정 팀 수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뒤 홈 팬들을 향해 고개만 숙였다. 그는 “오늘은 마음속으로만 기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는 역시 흥행 보증수표였다. 3만4,376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라이벌전답게 분위기도 뜨거웠다. 경기장 본부석 오른쪽 원정 서포터자리를 제외하고 온통 서울의 상징색인 붉은 물결이 출렁거렸다. 수원 원정 팬들은 푸른색 유니폼을 맞춰 입고 일사불란한 응원전으로 맞불을 놨다. 경기 직전 수원 선수들은 입장 통로 부근에 일렬로 서서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서울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줬다. 프로축구에서는 개막전에 이처럼 작년 정규리그 우승 팀에게 축하를 해 주는 게 관례다.
경기 내용은 전ㆍ후반이 정반대였다.
전반은 수원이 지배했지만 후반은 서울의 분위기였다.
황선홍(49) 서울 감독은 중앙 수비에 김동우(29)-김근환(31)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 달 28일 우라와 레즈(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에서 전반에만 5골을 내주며 2-5로 참패할 때와 수비 조합이 완전히 달랐다. K리그 출전 경험이 아예 없는 신인 김한길(22)도 눈에 띄었다. K리그 규정상 각 팀들은 매 경기 베스트11에 반드시 23세 이하 선수를 한 명 포함시켜야 한다. 유망주 육성을 위해서다. 서울의 23세 이하 선수 중 주전은 윤승원(22)인데 부상을 당해 김한길을 낙점했다.
이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서울에 ‘독’이 됐다. 전반은 중원을 완전히 장악한 수원의 일방적 흐름이었다. 김한길의 존재는 미미했고 김근환은 전반 25분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등 불안했다. 황 감독은 전반이 끝나자 곧바로 김근환-김한길을 빼고 미드필더 이석현(27)-주세종(27)을 투입해 중원을 강화했다. ‘이-주’카드는 적중했다. 후반은 서울의 페이스였다. 초반부터 거세게 상대를 몰아친 끝에 이상호의 동점골이 터졌다. 서울은 끈질기게 추가골까지 노렸지만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같은 시간 전북 현대는 전주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전남 드래곤즈와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신욱(29)의 짜릿한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원래 전북의 홈 구장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이지만 오는 5월 개막하는 20세 이하 월드컵을 대비해 잔디 보수 공사에 들어간 탓에 당분간 전주종합운동장을 써야 한다. 이곳에서 K리그 경기가 펼쳐진 건 2002년 이후 15년 만이다. 여러 모로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2만935명이 입장해 전북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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