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한 집값 등 자산 거품 위기감
작년 7%시대 종언 이어 또 내려
경제 연착륙 위한 구조조정 천명
국방 예산은 7% 안팎 증액 예상
“시진핑 핵심” 1인 체제 공식화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5% 수준으로 설정하고 국방비는 7%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인 철강ㆍ석탄 감축목표 제시 등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공급측 개혁의 청사진도 구체화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 전체회의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는 6.5% 또는 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5~7%의 목표치를 제시해 ‘바오치(保七ㆍ경제성장률 7%) 시대’의 종결을 알린 데 이어 올해는 중속성장을 공식화하면서 이에 적극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7%로 26년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은 각종 자산 거품에 대한 위기감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전반적으로 구조적 위험이 통제되고 있다”면서도 “부실자산, 채무불이행, 그림자금융, 인터넷금융 등과 관련한 리스크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집값이 30% 넘게 폭등한 것과 더불어 GDP의 260%에 달하는 총부채 등을 감안한 언급이다.
리 총리는 시 주석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공급측 개혁과 관련, 과잉생산능력의 확실한 해소와 좀비기업에 대한 과감한 퇴출 등을 역설한 뒤 철강ㆍ석탄 생산량 감축 목표를 각각 5,000만톤과 1억5,000만톤으로 제시했다. 경제정책의 주도권도 사실상 시 주석이 틀어쥐게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이례적으로 발표 목록에서 제외됐다. 다만 국방비 증액 수준은 전날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7%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전체 GDP의 1.3% 수준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인 10%대 국방비 증액을 주장한 것과 달리 중국은 경제성장 둔화를 고려해 2년 연속 증가 폭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이날 전인대는 오는 11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시진핑 1인 체제’를 공식화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잠재적 경쟁자로 불렸던 리 총리가 ‘시진핑 핵심’이란 발언을 여섯 차례나 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핵심 지위를 부여받아 집단지도체제의 최종결정권을 확보한 시 주석의 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인대에는 시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와 지방ㆍ직능별 대표 2,9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업무보고에 이어 전인대 상무위원회와 최고인민법원ㆍ최고인민검찰원 등의 업무보고를 받고 예산안과 각종 법안을 심의ㆍ의결한 뒤 오는 16일 폐막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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