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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목도리

입력
2017.03.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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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해도 햇빛이 달라요. 햇빛 속 나무들이 달라요. 연둣빛이 스며 나와요. 오지 않을 듯하던 봄이 왔어요. 봄 맞으세요. 매년 3월이 되면 같은 인사를 하게 돼요.

목도리는 재미있는 어감이지요. ‘목+도르(다)’, 즉 목의 둘레를 빙 돌게 한다는 뜻에서 비롯됐지요. 스카프는 목을 살짝 감싸는 느낌의 단어인 반면, 목도리는 적극적이고 전면적으로 감싼다는 느낌이지요.

머릿속에서 나쁜 냄새가 났어요. 머릿속 환기는 머릿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므로, 구분되지 않는 주황색과 분홍색, 실과 머리카락으로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어요. 대나무 바늘, 따뜻한 실, 나의 오른손, 왼손이 차분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죠.

복잡함. 난망(難望). 빗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생각이 멎었다는 신호죠. 세 단, 일곱 단 짠 목도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죠. 다시 목도리를 짜기 시작해요. 오른손. 왼손. 오늘도 맑음. 어제도 맑음. 이러면서요. 나쁜 냄새를 줄이는 것은, 좋은 냄새를 원하기 이전에, 나쁜 냄새를 차분하게 바라보는 것이죠. 목도리 짜는 일을 계속 하면 어느 순간 의젓해지지요. 말끔해지지요. 봄 햇빛처럼요. 그러나 목도리 짜는 일을 멈출 수는 없어요. 목도리가 길어지는 만큼 목도 점점 길어지고 있거든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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