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달 내 트럼프에 보고, 北에 ‘극적 경고’ 효과 노려”
北 위협 심각한 수준 판단한 듯
일부에선 “비확산 전략에 역행” 배치 가능성 낮게 보는 견해도
핵실험ㆍ탄도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에 맞서 초강경 대북정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번에는 1992년 최종 철수시킨 전술 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를 한국에 다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골격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앞서 언급한 선제타격, 정권교체 등에 이어 동북아시아 긴장고조, 군비경쟁 및 한국 핵무장론을 부추길 수 있는 핵무기 재배치마저 대북 압박카드로 거론되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워싱턴 정가에선 핵무기 재배치 카드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점차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을 인용, “모든 대안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논의되고 있다”라며 “북한과의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겠지만 25년 전 철수된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북 선제타격은 물론이고 중국 영향력 아래 있는 은행들에 은닉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일가의 자산을 동결시키는 방안도 새로운 대북 압박책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지난달 28일까지 국가안보팀의 회의가 두 차례 열렸으며, 북한에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효과를 내는 전술 핵무기 재배치 방안까지 포함한 모든 대북 옵션이 논의됐다. 또 중국이 크게 반발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한국에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안보 당국 실무진 사이의 논의 내용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핵심 참모진에게 보고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991년 조지 H. 부시 정권 이후 유지되어 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마저 재검토에 나선 것은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 핵담당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게 안보당국에 대북 강경대응의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미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경고용으로 강력한 응징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정권 인계과정에서 대외ㆍ안보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북한 핵ㆍ미사일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한국에 미국의 전술 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의 역대 정권이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들 전문가는 “한국에 전술 핵무기가 재배치되면 미국의 핵 비확산전략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핵 위협을 내세워 핵을 개발해 온 북한에 명분을 주는 결과를 초래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도 무산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더불어 NYT는 트럼프 정부가 선제타격 옵션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는 산악지대가 많고 땅 속 깊이 묻힌 터널과 벙커들이 적지 않아 (선제타격이) 위험할 수 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권이 바뀌면 실현 가능성을 떠나 모든 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미국 행정부의 일처리 방식에 따른 것일 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안보당국 실무진들은 전술핵 배치ㆍ선제타격과는 양립할 수 없는 극단적 유화책인 북한 핵보유국 인정 방안의 타당성도 함께 검토 중이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