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보수정당 공화당이 4월 대선을 앞두고 프랑수아 피용 후보를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거본부장과 대변인이 사퇴하고 군소정당 동맹이 지지를 거두는 등 캠프가 붕괴 상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피용 후보는 결백을 주장하며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영국 BBC에 따르면 공화당은 6일(현지시간) 피용 후보 교체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피용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연일 이탈자가 나오고 지지율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던 알랭 쥐페 전 총리로 후보를 교체하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일 티에리 솔레르 대변인과 파트리크 스테파니니 선거본부장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피용 캠프는 붕괴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대체 후보로 떠오른 쥐페 전 총리마저 3일 후보로 지명될 경우 선거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간 르 파리지앵에 따르면 쥐페 전 총리는 “피용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지만, 당이 총체적으로 무너질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측근에 밝혔다.
피용 후보는 외부에서도 신망을 잃고 있다. 중도ㆍ보수 9개 정당이 연합한 민주당ㆍ무소속연합(UDI)이 피용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대선후보라 해서 사법당국의 조사에 의문을 품을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용 후보의 “이번 수사는 정치적 암살”이라는 주장에 일격을 날렸다.
피용 후보는 “오로지 유권자만이 나를 심판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앞서 “공식 수사대상이 되면 후보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거짓말 논란’도 일으킨 상태다. 피용 후보는 프랑스 대선후보 최종 확정 시한 이틀 전인 오는 15일 수사판사의 소환을 받아 정식으로 수사를 받게 된다.
앞서 지난 1월 프랑스 풍자잡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피용 후보가 8년 동안 부인 페넬로프 피용을 보좌관으로 채용한 것처럼 꾸며 50만유로(약 6억2,000만원)를 부당하게 챙겼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검찰은 부인뿐 아니라 자녀도 허위 채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 상태다. 피용 후보는 2월 기자회견에서 가족 채용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민심은 돌아선 뒤였다. 경쟁 상대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와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도 선거전에서 악재를 만났지만 피용 후보는 여전히 3위에 머물러 있어 4월 23일로 예정된 대선 1차 투표에서 결선에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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