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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폭풍트윗, 증거 없이 “오바마가 내 전화기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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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폭풍트윗, 증거 없이 “오바마가 내 전화기 도청”

입력
2017.03.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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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도청을 당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도청 명령을 내린 바 없다”고 반박했다. 별다른 증거 없이 제기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정보기관발로 제기된 ‘러시아 내통’ 의혹이 확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끔찍하다! 지금 오바마가 내 대선 승리 전 트럼프타워의 전화기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이건 매카시즘(1950년대 유행한 증거 없는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대선 후보를 도청하는 것이 합법인가? 법원은 이를 거부한 적이 있다. 상상 이하의 저급함!”이라며 “훌륭한 변호사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직전 10월에 내 전화를 도청한 사실을 제대로 입증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신성한 선거 과정 도중 내 전화를 도청하다니 정말 저급하다. 이건 닉슨의 워터게이트에 비견할 만하다. 나쁜 (또는 역겨운) 자다”라고 자신의 ‘의혹 제기’를 마무리했다.

트럼프와 백악관은 ‘오바마 도청’ 주장에 이렇다 할 근거나 정보원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오바마 정부 관계자들도 주장을 일축했다. 오바마 대변인 케빈 루이스는 4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오바마나 백악관 관계자가 도청을 명령한 바 없다”며 “오바마 정부의 원칙은 백악관이 미 법무부의 독립된 조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어떤 미국 시민도 감시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었던 벤 로즈도 “어떤 대통령도 도청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이 제한은 당신(트럼프) 같은 사람으로부터 미국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생겼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측근들이 연이어 “러시아 내통”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책임을 오바마 정부와 정보기관에 돌리기 위해 반격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의 최측근 마이클 플린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자주 접촉했음에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관계로 국가안보보좌관직에서 낙마한 데 이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마저 대선 기간 키슬략 대사를 만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을 구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를 향해 화살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내통’ 의혹에 관련된 정보유출 사건에 오바마 정부 하에서 일하던 연방정부 관리들과 정보기관 직원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정황을 보고한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 의혹 제기 직후 자신의 ‘어프렌티스’ 방송을 이어받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어프렌티스에서 하차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아니라 시청률이 낮아서 쫓겨나는 것”이라며 “위대한 쇼의 슬픈 결말”이라고 탄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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