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배틀 벌이고 셀프 디스까지
국민의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천정배 전 대표가 ‘MC 정배’로 변신했다. 이달 2일 ‘내 이름을 기억해’라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랩 실력을 뽐낸 것이다. 서울대 법대 수석 입학, 5선 국회의원과 전직 법무부장관 출신인 관록 있는 정치인이지만, 대선주자로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파격 행보’를 불사하며 존재감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천 전 대표는 뮤직비디오에서 후드티를 입고 ‘스냅백’(모자)을 거꾸로 쓴 채 상대 래퍼와 ‘랩 배틀’을 벌였다. 특히 천 전 대표는 자신의 낮은 지지율도 웃음 포인트로 활용했다. 상대 래퍼는 천 대표에게 “실례지만 성함이 뭔지”, “언론에서도 대선주자로 안 쳐줘”, “티비에도 어디에도 안 나온다며” 등의 ‘디스’(공격)를 퍼부었다. 이에 천 전 대표는 “아직도 날 모르다니 섭섭해”, “이제 시작이야. 난 개혁의 아이콘”, “삐뚤어진 모든 걸 내가 잡을 거야”라고 맞받아 쳤다. 뮤직비디오도 천 전 대표의 어색한 손동작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춤사위를 ‘덩실덩실’이라고 표현하는 등 웃음을 유발했다.
천 전 대표의 변신은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 모습에서 벗어나 청년층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천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출연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도 소탈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지율이 낮다’는 지적에 “점잖게 말해 지지율이 낮다고 했는데,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평소 인터뷰나 의정활동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명랑한 모습과 친근한 이미지 등을 소개하고자 했다”며 “청년층과 친근한 소통으로 청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이달 2일 SBS의 모바일 예능 프로그램 ‘숏터뷰’에 출연해 진행자인 개그맨 양세형씨가 던진 공을 받아 치는 타자로 분했다. 야구팬의 모습을 드러내 깐깐하고 진지한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셀프 디스’를 적극 활용했다. 손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생은 타이밍이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고 ‘손학규가 결단하는 날엔 무언가 터지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라고 적었다. 손 전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할 때마다 굵직한 사회적 사건이 터져 주목 받지 못한 상황을 희화화한 것이다. 실제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식인 지난달 17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됐고, 지난해 전남 강진에서의 칩거를 풀고 정계복귀를 선언했을 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