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홍준표 대선 출마 길닦기도 준비
참여정부 인사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당 일각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포기 이후 김 교수의 영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김 교수는 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토론회에서 “(친문재인) 패권정치를 막는다는 입장에서 저 같은 사람에게도 (대선 출마) 압박이 오면 저도 쉽게 거절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출마에 여지를 뒀다. 김 교수는 “한국당에 오셔서 큰 일을 맡아 주시고 대선 후보로도 나서주기 바라는 분도 있으니 견해를 밝혀달라”는 친박계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 “더 이상의 패권정치는 안 된다는 입장에 힘을 보탤 생각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패권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돼서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안 된다. 틀림없이 제3지대나 다른 당에서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지금 구도가 그대로 정착하느냐, 바뀌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연정이나 협치를 주장하는 사람이 상당한 세를 얻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저 같은 사람의 걱정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답변 끄트머리에 “어떤 역할을 할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든 말을 하든 뛰쳐나오든 간에 ‘이것은 안 된다’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다른 당 후보를 돕든 직접 출마하든 대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 범주에는 한국당도 포함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교수는 토론에서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과정을 두고 “민심이 헌법 위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던 주한외신기자클럽 회장 출신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브린의 글을 보면서 충격도 받고 얼굴도 화끈거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탄핵소추를 하면서 법 질서를 일일이 밟아야 할 만큼 밟았느냐. 탄핵소추하자면서 청문회도 한번 제대로 안하고. 브린 같은 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 국민 눈엔 다르게 보인다”며 “분노의 수준이 그것(법치)보다 훨씬 크니까, 그것 위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 길을 열어주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홍 지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지만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한국당 당헌ㆍ당규에 따라 홍 지사는 기소 직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인명진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경남 조선현장점검회의에서 ‘당헌ㆍ당규에 홍 지사의 징계를 풀어줄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근거는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달 28일에 이어 다음주 홍 지사와 다시 회동할 가능성도 점쳐져 홍 지사의 대선 출마 길닦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 지사 역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 뒤 자신의 거취를 밝히겠다고 한 상황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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