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주관광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지역 외국인 관광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 관광업계 전반에 직격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업계에 따르면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여행객의 비중은 30% 남짓이고, 나머지 70%는 단체여행객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별여행객 중에서도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 90% 이상이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관광협회가 공동으로 지난 2일 중국 상하이 등을 방문해 현지 시장 동향을 파악한 결과 제주를 비롯한 한국 관광에 대한 현지 여행업계의 관심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상황이다.
김영진 도관광협회장은 “중국인의 제주 방문 취소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항공편도 이용객 감소로 순차적으로 끊겨 단체여행객에 이어 개별관광객 시장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또한 단체관광객 중심의 크루즈관광객도 취소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하늘길과 뱃길 모두 막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2일 마케팅 활동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가 현지 여행사 관계자로부터 “여기 왜 왔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제주도는 3일 제주관광공사, 관광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사드 대응 및 시장다변화 상황실을 가동하는 한편 시장 피해 방안 마련 등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제주관광업계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전세버스업계와 일부 지역상가 등은 이번 조치에 좌불안석이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해외로 나가는 단체관광객의 20% 축소 지침을 내린 이후 이미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기름에 불을 끼얹는 형국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형호텔 등 숙박업계도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에 머물면서 당장 큰 피해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외국인 관광시장 침체로 이어질 경우 타격이 우려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도내 여행사나 관광지들은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도내 중국인 관광시장 98%를 중국계 여행사들이 독점하고 있고, 무료 관광지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메르스 사태 당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대신 내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재미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를 반길 정도다.
도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중국계 여행사들이 이미 독점한 도내 외국인 시장을 재편하기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흥분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노림수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