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와 저축은행에서 나간 고금리 대출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20대 청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신용이 좋지 않은 여성과 청년층이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영업 표적이 되고 있다. 이자가 급속도로 불어나는 고금리 대출 특성상 소득 기반이 취약한 여성과 청년들이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빚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에게 제출한 ‘청년·여성 고금리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대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17조3,094억원이었다. 이 중 청년과 여성이 빌린 대출은 절반 수준인 8조6,272억원(49.8%)에 달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여성과 청년층에 물린 평균 금리는 각각 23.5%와 30.45%로 상당히 높았다. 특히 최근 4년간(2013~2016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여성과 청년층에 빌려준 대출은 4조9,554억원에서 8조6,272억원으로 무려 74% 급증했다.
이처럼 고금리 대출을 받은 여성과 청년이 급증한 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경기 침체로 최악의 실업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에 손을 댄 여성과 청년층의 상환 여력이 여의치 않다는 데에 있다. 실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여성의 절반 가량(48.3%)은 주부와 자영업자였다. 저축은행 역시 주부와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여성 차주의 46.5%나 됐다. 최근 취직연령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청년층 역시 상당수가 취업자가 아닌 구직자 신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 전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밀린 학자금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을 받았을 거란 게 제 의원의 설명이다.
제 의원은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이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여성과 청년을 상대로 대출영업에 집중한 결과”라며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면 추심을 금지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여성과 청년 등 금융약자에게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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