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주현 사회부 기자
“촛불집회 가시려면 저희 왼쪽으로, 태극기집회 가시려면 저희 오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의 총력전이 예상됐던 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탄핵 정국이 마무리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양측 신경전이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광장 일대 공기는 팽팽했다. 치안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강압적이고 무리한 통제가 펼쳐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쳤다.
이날 경찰은 통제보다 적극적인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매번 집회의 자유를 짓누르는 수단으로 비판 대상이 됐던 ‘차벽’을 이번에는 시민을 위한 안전장치로 이용했다. 경찰버스 150대 이상과 경력 1만6,000명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적절한 대처였다. 최근 국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시민들 불편도 있고 하니 차벽을 설치하지 말라”는 일부 국회의원의 지적도 있었지만, 경찰은 “충돌 등 불상사를 미연에 막기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했다. 분명 단체 간 마찰도, 연행자와 부상자도 없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경찰은 두 집회 참가자가 섞이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지하철역 출입구였던 서울지하철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 배치된 경찰 20여명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이들을 미리 제지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섞이면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참가자를 구분하고 있다”며 태극기를 두르고 광장으로 나가려던 60대 남성을 다른 출입구로 안내하기도 했다.
물론 “집회의 평화적 관리는 경찰이 마땅히 할 역할”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경찰의 무리한 집회 대응으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쌓인 상황에서 이번처럼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집회를 안전하게 관리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이날 집회에 온 일부 시민 역시 “경찰 태도가 예전과 달라진 게 눈에 띄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양측 집회는 매주 쉬지 않고 열리고, 충돌 위험은 갈수록 고조될 것이다. 내란을 운운하는 판에 대형 불상사라도 나는 날엔 국가적 혼란은 걷잡을 수 없다. 1일과 같은 ‘연행자 0, 부상자 0’ 평화 집회가 이어지도록 경찰이 보다 높은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안심하기엔 갈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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