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사령부 군의관 3교대 근무
하루 평균 이용자 10~20명
“직접 대면 진료와 큰 차이 없어”
“어떤 환자로 연락했나?”(군의관)
“환자가 사흘 전부터 콧물과 코막힘 증상이 있었고, 어제 저녁부터는 기침, 가래와 함께 몸이 으스스한 오한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의무병)
지난달 27일 경기 연천군 28사단 80연대 일반전초(GOP) 대대 의무실. 사흘 전부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앓던 이 부대 소속 정영훈 상병이 4㎡ 넓이의 원격의료 부스에 앉아 마주한 것은 모니터였다. 화면 속 군의관 신진호 대위는 100㎞ 넘게 떨어진 경기 성남시 국군통합수도병원의 ‘의료종합상황센터’에서 원격으로 정 상병을 진찰하기 시작했다.
정 상병과 동석한 의무병은 먼저 신 대위의 지시를 받아 전자청진기(PMS) 장비로 정 상병의 상태를 살폈다. 맥박 1분 76회, 혈압 74~177㎜Hg, 산소포화도 98% 등의 결과가 나왔고, 신 대위는 “전체적인 신체 징후는 안정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어 신 대위는 의무병이 조작하는 검진용 스코프(scope)를 통해 정 상병의 목 상태를 살폈고, “편도와 인후두 부위에 염증 등 소견이 있어서 인두염과 후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신 대위는 스코프로 정 상병의 고막도 살폈지만 “중이염을 보일 만한 소견은 없다”고 했다. 정 상병은 이날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진찰을 마친 신 대위는 “스코프 등을 통해 병변(병에 의한 신체 변화)을 보는 것은 실제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원격 의료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 상병 역시 “(군의관이) 직접 보고 장비를 사용하는데다 과거에는 전화로 진료를 받기도 했는데 이렇게 직접 대면하니 신뢰도 되고 더 좋았다”고 했다.
이처럼 의료기관에서 멀리 떨어진 격오지 부대에서 원격 진료를 받는 장병은 하루 평균 10~20명이다. 원격 진료를 수행하는 국군의무사령부 원격진료팀의 군의관 5명은 3교대로 24시간 내내 장병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격오지 부대 63곳에 원격의료 부스가 설치돼 있는데, 정부는 이를 연내 76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부스에는 PMS, 의료용 스코프, 혈당측정기, 환자관찰장치, 디스플레이 2대, 디지털카메라, 헤드셋 등이 탑재돼 있으며 개당 설치 비용은 3,500만~5,000만원이다.
하지만 군부대 원격의료는 아직도 ‘시범 사업’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의사-환자 간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7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복지부는 2010년부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혀 지난해 6월 의료취약지 환자에 한정해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다시 법안을 제출했다. 원격의료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등의 우려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이날 시범 행사에서 “군부대나 외딴 섬, 원양어선 등에는 예외적으로 원격 의료를 본격 실시할 수 있도록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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