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신입생 등 200여명
“국정 철회” 외치며 강당 들어서
학교 “행사 중단” 10분 만에 파행
대책위 “연구학교 무효” 소송
전학ㆍ자퇴 신청은 4명으로 늘어
전국 유일의 한국사국정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경산시 문명고 입학식이 10분만에 중단되는 등 파행으로 끝났다. 지난달까지 자퇴 및 전학신청 의사를 밝힌 학생도 2명에서 4명으로 늘었고, 학부모 대책위는 법원에 연구학교지정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투쟁에 나섰다.
연구학교 운영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신입생 등 200여 명은 2일 오전 9시30분부터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 앞에서 ‘국정교과서 철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집회를 열었다.
신입생들은 오전 10시30분쯤 대강당으로 들어가려 하자 학교 측은 문을 걸어 잠갔고, 우여곡절 끝에 입장했으나 국민의례를 하던 학교 측이 ‘입학식을 중단한다’는 방송과 함께 모두 퇴장시켰다. 당시 식장 안에는 문명고 신입생 180여 명 중 20여 명과 중학교 신입생 80여 명, 일부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례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150여 명의 고교신입생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어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11시 50분부터 30분간 김태동 교장과 면담했으나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왜 연구학교를 고집하느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으나 김 교장은 “국정교과서로 계속 수업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신입생학부모 최모(47)씨는 "싸우자는 게 아니라 오점과 역사적 왜곡이 많은 교과서를 재검토해달라는 바람”이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끝나기를 희망했다.
자퇴ㆍ전학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전학을 결심한 학부모 2명은 이날 교장실을 찾아 교복을 반납했다. 앞서 다른 학부모 2명도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거나 전학의사를 밝혀 대책위 집계결과 2일 현재 자퇴ㆍ전학신청자는 모두 4명이다.
이른 시일 내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학 희망자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 김모(16)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같은 중학교 친구들 중에 부모님과 전학이나 자퇴 후 검정고시를 보는 문제를 고민 중인 경우가 제법 된다”며 “저도 사실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문명고 한국사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저지 학부모대책위원회’는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대책위 소속 학부모 5명을 원고로 해 대구지방법원에 문명고 한국사교과서 연구학교지정 취소 본안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원고를 대리한 이형기 변호사는 “이번 연구학교 지정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압도적으로 부결, 같은 회기에 재의할 수 없는데 30분 정회 후 다시 표결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나고 ▦교원동의율이 80%에 미달했는데, 경북도교육청이 신청 직전에 이 조항을 삭제했으므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문명고는 운영위에서 연구학교 지정에 대해 2대 7로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자 정회한 뒤 교장이 학부모위원들을 설득해 5대 4로 통과시켰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회의규정까지 어겨가면서 재단이사장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로 신청했다”며 “문명고 학교 주체들이 갈등과 혼란을 바로잡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학생을 마루타로 삼은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산=최규열기자 echoi10@hankookilbo.com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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