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찬기도회서 즉석 추가 발언 묘한 여운
대선 출마설이 제기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일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잠언 16장 9절 말씀을 기억합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권한대행은 인사말 초안에는 없었던 구절을 즉석에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대권 도전 의지를 서서히 내비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것을 의식한 듯 국민통합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의 사태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확산되면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반목과 질시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국민적인 대통합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불허한 뒤로 여권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자신과 한국 교회의 역할론도 적극 피력했다. 그는 “저와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국민적 단합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며 “한국 교회도 민족 화합과 고난 극복에 앞장서 온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되살려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국내외의 상황과 관련,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핵능력 고도화에 몰두하면서 최근에는 김정남 피살 테러를 자행했다”며 “저는 ‘기독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조속한 국정안정을 이루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라는 표현 역시 기자들에게 미리 제공된 연설문에는 없었던 표현이다.
1996년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1968년부터 현직 대통령이 매년 참석해왔다. 이날 기도회에는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황 권한대행을 비롯해 교계, 정ㆍ재계 인사 2,000여명이 참석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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