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숲유치원 교육 활동을 하면서 늘 궁금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적인 숲 교육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숲 교육은 덴마크에서 시작해 독일, 일본, 캐나다, 미국 등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이후 산림청과 지방자치제의 지원으로 한국숲유치원협회가 결성되었고, 오늘날까지의 교육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일으켜왔습니다. 그런데, 외국의 숲 교육을 무작정 수용해도 되는 일인지, 외국의 숲 교육 철학이 한국의 아이들에게 아무런 필터 없이 적용될 수 있는지, 한국의 기후풍토와 자연환경과 숲의 조건에 외국의 교육을 생각 없이 받아들여도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성급한 교사나 학부모들은 외국의 숲 프로그램을 검증도 없이 아이들에게 마구 제공하였습니다. 나중에 부작용이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종종 했습니다.
예컨대, 몇 해 전 한국숲유치원협회에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그때 독일에서 온 한 숲 선생님이 밧줄놀이를 선보였습니다. 밧줄놀이는 곧장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는 밧줄놀이 강좌가 끊임없이 열렸고, 교사들은 숲에 갈 때마다 밧줄을 가져가서 여기저기 서있는 나무들을 밧줄로 엮어 아이들이 신나게 밧줄놀이를 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무들은 밧줄에 시달려서 껍질이 벗겨지고 깊은 상처가 생겼습니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밧줄놀이를 감당할 수 있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나무도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의 교육이 숲에서 이루어질 때의 놀랄만한 효과는 이미 논리적으로도 검증되고 있지만, 우리의 교육 환경과 생활 문화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하려면 시간과 공을 들여 한국적 숲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숲유치원협회 내에 있는 숲연구소에서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수년 째 한국형 숲유치원 모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본성과 한국에 뿌리내린 교육정서, 문화풍토를 고려한 프로그램 개발로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어 놀면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옛적부터 산에서 놀면서 지혜를 얻었고, 산에 밀착한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전래동요만 보더라도 산에 있는 각 동물들이 노래에 등장합니다. ‘꿩꿩 장서방’, ‘부엉과 붓’, ‘여우야 뭐하니?’ 등의 노래가 그러하고 나무노래도 많습니다. 우리들의 전래동요에는 우리의 민족성이 배어있을 뿐 아니라 교육적 활용가치가 훨씬 큽니다. 옛날 아이들은 어휘력과 창의력이 뛰어나서 나무를 보기만 해도 노래가 절로 만들어졌던 듯합니다. “가자 가자 감나무, 오자 오자 옻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덜덜 떠는 사시나무, 방귀 뽕뽕 뽕나무, 입 맞춘다 쪽나무, 앞에 섰다 전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노래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신명이 넘치고, 창의성이 풍부한 한국의 아이들은 외국아이들의 기질과 또 다른 성향이 있습니다. 외국의 것이 우리 아이들한테도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국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고 아이들을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한국적 숲 활동 모형을 완성시켜 나가는데 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김정화 한국숲유치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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