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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미전실 시대… ‘삼성전자 이사회’에 힘 실린다

입력
2017.03.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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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지분 85% 보유 등

전기ㆍ전자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물산ㆍ생명에도 간접적 영향

신사업 발굴ㆍM&A 등 주요 사업

전자 이사회서 결정 가능성 높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 걸린 그룹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 걸린 그룹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영욕의 상징’인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며 최대 계열사 삼성전자 이사회가 주목 받고 있다. 다른 계열사 지배력을 감안하면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 등 중대한 사업적 판단들이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전실과는 성격이 다른 합법적인 컨트롤타워의 부상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기ㆍ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의 지분 22.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SDI(19.13%)와 삼성SDS(22.58%)도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84.8%도 쥐고 있다.

삼성전기ㆍSDIㆍSDS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에 사용된다. 지분으로 종속된데다 사업적으로도 견고하게 연결돼 있다. 전기ㆍ전자 계열사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요건 20%(상장회사)도 거의 다 충족한 상태다.

삼성SDI가 지난달 28일 정기주주총회소집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인 전영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에 내정한 것은 자율경영의 시작으로 해석되지만, 한편으로는 계열사에 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포스트 미전실 시대’ 삼성전자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도 간접적으로 삼성전자의 영향권에 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지분 17.8%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분(2.84%)를 합치면 20%가 넘는다. 삼성생명은 20.76%를 가진 이 회장이 최대주주다.

이사회는 이사 선임을 비롯해 사업계획, 투자와 채용 등 기업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법적 기반이 취약하고 투명하지 않았던 미전실과 달리 합법적인 틀 안에서 활동한다. 각 이사회가 권한을 갖고 있지만 미전실 해체 이후 자율경영에 돌입한 삼성 계열사들 중 삼성전자 이사회의 힘은 단연 압도적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이사회의장인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ㆍ신종균 사장과 지난해 등기이사가 된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기소됐지만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별도로 선임 가능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향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복귀할 경우 이사회 의장을 노리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글로벌 기업 중에는 창업자들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곳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지배구조가 보다 투명해질 수 있지만 삼성은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보류 중인데다 내부적으론 미전실 해체 충격과 이 부회장이 구속된 마당에 또 다른 비판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4일 개최하는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에도 지주회사 전환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총 안건은 지난해 재무제표와 이사 보수한도 승인 두 건 뿐이다. 삼성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추진 시점을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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