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그룹 삼성이 ‘총수 경영 시대’를 마감하고 계열사 자율경영으로 전환한다.
삼성그룹은 2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삼성 고위직 5명을 전원 기소한 직후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삼성에 따르면 미전실장인 최지성 부회장과 실차장인 장충기 사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고, 미전실 법무팀장 성열우 사장과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준 부사장 등 미전실 내 팀장들도 모두 퇴사한다. 삼성전자에선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이 사임하고 승마협회에 파견된 임직원을 복귀시키기로 했다.
미전실 7개 팀 직원 200여 명은 1일자로 원 소속사에 복귀하거나 대기발령을 받는다. 삼성 서초사옥의 미전실 사무실은 늦어도 다음주까지 폐쇄된다.
특히 미전실의 중요 기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정경유착의 빌미를 제공한 그룹 차원 ‘대관’ 업무는 계열사로 이관하지 않고 폐지키로 했다. 그룹의 정체성을 상징한 매주 수요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도 없어진다.
이로써 1959년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전실은 5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준 부사장은 이날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모든 책임이 미전실에 있다는 것을 통감해 완전히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삼성 계열사들은 그룹 컨트롤타워가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이 아닌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적인 경영에 돌입한다. 계열사별 쇄신안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 계열사 모두 이 부회장을 구속에 이르게 한 외부 후원금에 대해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가장 먼저 이사회 의결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정했다.
삼성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사회공헌 방안은 추후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8년 차명계좌 실명 전환 뒤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1조원 규모의 차명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삼성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사회환원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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