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를 괴롭히거나 내쫓지 마세요. 우리 환자의 반려견입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병원 입구에 붙은 안내문이다. 36시간이 넘도록 이 안내문 아래서 주인을 기다린 반려견의 사연이 감동을 전하고 있다. 동물전문매체 도도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반려견 ‘마롬’(Marrom)과 함께 노숙하며 길거리를 전전하던 한 남성이 호흡기 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됐다. 마롬이 구급차에 오르는 순간에도 남성 곁을 떠나지 않자 구급대원들은 그를 함께 태워 병원으로 이동했다. 하나뿐인 짝꿍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마롬은 주인이 누운 이송용 침대 위를 지켰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한 마롬은 주인과 헤어져야만 했다. 다른 환자들의 위생 관리 차원에서 병실 안까지 개를 들여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롬은 병원 문 앞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림이 밤낮을 계속해서 이어지자, 병원의 직원들이 음식과 물을 가져다 줬다. 노숙생활로 지저분해진 마롬을 씻겨주는 이도 있었다. 그들 중 하나였던 내과 의사 자이로 (Jairo Xavier de Oliveira)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롬의 사진을 게시하며 사연을 전했다. “마롬은 얌전하고 조용하게 앉아 주인을 기다릴 뿐이었다. 마롬, 걱정 말고 기다리렴. 우리가 곧 너의 친구를 돌려보내 줄게.”
마롬의 기나긴 기다림은 사흘을 넘겼다. 소식이 알려지자, 브라질 언론매체인 UOL 뉴스의 기자들과 지역 동물구호단체 알파(AlPA)의 단원들이 찾아와 마롬의 상태를 살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없었던 마롬의 몸은 벼룩과 진드기 투성이였다. 알파는 마롬을 데려가 남성이 퇴원하기 전까지 보살필 예정이다.
알파는 이들이 장기 투숙할만한 지역 시설을 구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이 특별한 사연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과 사랑을 담아 보낸다”며 온라인에 사연을 전했다. 자이로 씨는 “환자와 마롬은 다음 달 2일(현지시간) 다시 만날 예정이다”며 “그들은 노숙생활을 끝내고 함께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서로 인턴기자(이화여대 행정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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