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언(동사와 형용사)은 어간과 어미로 이루어져 있다. ‘어간’은 ‘실질적인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형태가 변하지 않는 부분’을 가리키고, ‘어미’는 ‘문법적인 기능을 하면서 형태가 변하는 부분’을 가리킨다. ‘먹다, 먹어라, 먹으니’에서 ‘먹-’이 어간이고 ‘-다, -어라, -으니’가 어미다. 각각의 어미는 문장을 끝맺거나 명령을 나타내거나 하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어간에 여러 가지 어미가 결합하는 현상을 가리켜 ‘활용’이라 한다. ‘먹다’는 ‘먹고, 먹는, 먹어라, 먹으니’ 따위로 ‘활용’하는 것이다.
‘먹다’의 경우처럼 어간은 형태가 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어떤 용언에서는 어간이 특정한 어미와 결합하면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웃다, 웃어, 웃으니’에서는 ‘웃-’이 변하지 않는데, ‘긋다, 그어, 그으니’에서는 ‘긋-’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그-’로 바뀐다. 같은 ‘걷다’이지만 ‘(돈을) 걷다’는 ‘걷어, 걷으니’로 활용하는데, ‘(길을) 걷다’는 ‘걸어, 걸으니’로 활용한다. ‘ㅅ’이나 ‘ㄷ’이 언제는 그대로 있고 언제는 탈락하거나 교체되는지를 규칙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어떤 용언에서는 다른 용언에서는 볼 수 없는 어미가 결합하기도 한다. ‘-여라’는 오직 ‘하다’로 끝나는 용언에서만 쓰이고(하여라), ‘-너라’는 ‘오다’로 끝나는 용언과만 결합한다(오너라). ‘하다, 오다’ 등에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인 것이다.
이처럼 어간의 형태가 변하거나, 특정한 어미가 결합하는 것을 ‘불규칙활용’이라 하고, 이런 활용을 하는 용언을 ‘불규칙용언’이라 한다. 다음주에는 우리말에 어떤 불규칙용언들이 있는지, 이와 관련하여 어떤 표기를 주의해야 하는지 살펴보겠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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