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국민의당이 ‘경선룰’이라는 암초를 넘지 못하고 있다. 캠프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경선을 하겠다”는 당초 의지는 퇴색한 지 오래다.
국민의당은 당초 27일까지 캠프 실무자 간의 경선룰 세부협상을 마치고 28일에 합의된 경선룰을 발표, 내달 중순 경선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에 당 대선기획단과 대선주자인 안철수ㆍ천정배 전 공동대표 및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도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이견 없이 합의했으며, 22일부터 협상 대표를 지정한 뒤 세부적인 경선룰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경선룰 논의는 시작부터 교착에 빠졌다. 모바일 투표 반영에 대해 손 전 대표 측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마저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시스템을, 그 것도 민주당 주류의 모바일 몰표로 상처를 받았던 국민의당 구성원들이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면서다. 손 전 대표 측은 27일 경선룰 6차 비공개 회의에서도 “50억이 넘는 큰 돈을 들여 모바일 투표를 할 것이 아니라, 100% 현장투표라는 획기적인 접근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과 인지도, 당내 세력 등에서 열세인 손 전 대표의 입장에선 현장투표 카드가 ‘공정성 확보’라는 명분에 기반한 승부수인 셈이다.
안 전 대표 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장투표 역시 지지세 동원이라는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모바일 투표 없이는 민심과 당심의 정확한 반영은 물론 흥행도 견인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가뜩이나 민주당이 ‘200만 경선인단 모집’을 외치며 흥행몰이 중인데, 현장투표만 하면 민주당의 100분의 1이라도 참가하겠느냐”며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당 대선기획단이 직접 나서 후보들을 설득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대선기획단 관계자는 “예정된 28일 경선룰 발표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최대한 내달 중순 경선 시작에는 차질이 없도록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경선룰을 둘러싼 거친 논의 와중에도 두 주자는 공식석상에서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두 주자는 24일 충남 천안에 이어 이날 전남 나주에서 열린 당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합동 연수 현장에도 나란히 등장, 당 경선 흥행과 대선 승리를 약속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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