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정부기관 향한 첫 공세”
환경보호청이 최대 타격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연방회계인 2017회계연도에 국방비를 대폭 늘리는 한편 이를 벌충하고자 국내예산은 대규모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40일간 백악관의 행정명령에 기대 국정을 이끌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책 우선순위를 예산초안을 통해 내세우고 정부기관을 향한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지 더힐 등은 행정부 고위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예산을 늘리는 대신 타 기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예산초안을 작성했으며, 의회에 이를 보내기 앞서 27일 각 부서에서 이를 검토하도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8일로 예정된 트럼프의 의회연설도 이 예산초안을 토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NYT는 “정부 기관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첫 번째 공세”라고 분석했다. 각 정부부처는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 수일간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방비 확충과 국무부 예산 삭감이다. 외교보다는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하는 트럼프식 대외정치가 전면화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래 대대적인 군비확충을 주장해 왔다. 특히 극단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를 평정하고 중동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군비를 쏟을 것이며, 동아시아에서도 중국의 부상을 군사력 증강으로 견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문들에 따르면 증대하는 국방예산은 함정 및 전투기 개발, 특히 핵심 항로나 해상 요충에 주둔하는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페르시아만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영유권 분쟁지인 남중국해 등이 이러한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특히 중국과 맞부딪치는 남중국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반면 환경보호정책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NYT 보도에 따르면, 새 예산안이 확정되면 특히 타격을 입은 것은 트럼프 집권 이후 계속해서 정권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환경보호청(EPA)이다. 트럼프는 환경규제 해체를 공언하고 한때 EPA의 철폐까지 요구했던 스콧 프루이트를 새 EPA 청장으로 내정하는 등 환경보호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루이트는 기후변화 회의론자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가 전임 오바마 정부 시절 설정된 환경규제를 대거 폐기하는 것은 물론 파리 기후변화협약상 온실가스 감축의무마저 부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지후생제도는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NYT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최대 복지프로그램인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공공의료보장제도) 등 은퇴자를 위한 핵심 복지제도는 예산 감축 대상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민주 양당 간 치열한 쟁점거리였던 부담적정보험법, 이른바 ‘오바마케어’조차 의회가 아직까지 대체 법안을 고안하지 못해 당장 무력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복지후생제도는 이번 예산안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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