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개 잡는 일 없을 것”
도축ㆍ보관시설 외곽으로 이전
“개고기 판매 중단은 아니야”
22곳 중 7곳은 생계이유 불참
“보상 없이는 안돼” 반발 거세
“개를 가둬 놓거나 도살하는 시설을 단계적으로 철거할 것입니다."
27일 오전 10시30분쯤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상인 10여명이 개를 가둔 사각 모양의 철체 우리와 내부 도축시설, 간판 등을 치우기 시작했다. 인력을 자진 동원해 철거하면서 시장 곳곳에 청소차량이 들락날락했다. 전국 최대 ‘개시장’이 폐장을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모란시장 내 개고기 판매업소는 모두 22곳. 60여㎡ 규모의 점포마다 냉장고 등 보관시설 2,3개와 도축장비 등을 갖추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 시설을 시(市) 외곽 사육장으로 이전하거나 건물 지하공간 등으로 옮겨 ‘혐오 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모란가축시장상인회(상인회)가 지난해 12월13일 성남시와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성남시는 협약에 따라 자진 철거업소의 폐기물 처리 비용 및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한다. 도로ㆍ인도 보수, 비가림 시설 설치 등 환경도 정비해 주기로 했다.
김용복 모란가축시장상인회장은 작업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와 약속한대로 개 시설의 전부를 차례로 없앨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터전을 잃을까 두려움이 크지만 시민과 함께한다면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상인회는 그러면서도 당장 개고기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시장 안에서 살아 있는 개를 팔거나 도축하는 행위를 하지 않되, 업종 전환은 상인들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인회와 달리 일부 업소는 영업손실 등을 이유로 여전히 자진정비에 반대하고 있다. 이날도 7곳이 철거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가칭)모란시장 축산연대 측은 상인회 측과 고성을 주고 받는 등 신경전도 벌였다. 축산연대회 측은 “상인회가 시와 일방적으로 협의했다”면서 “보상대책 없이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업종전환, 전업이전을 지원하는 등 상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나 한동안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모란시장은 한 해 8만 마리의 식용 견이 거래되는 전국 최대 규모 가축시장이다. 1960년대 시장 형성과 함께 하나 둘 들어서 2001년 54곳이 영업했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소비가 주춤하면서 절반으로 줄었다. 소음과 악취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으나 축산물위생관리법이 개를 가축의 범위에 포함하지 않아 단속할 근거는 없었다. 성남시는 지난해 7월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상인회 측과 정비계획을 논의해 왔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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