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번복되는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수상 결과가 담긴 봉투가 잘못 전달돼 작품상 수상작이 ‘라라랜드’에서 ‘문라이트’로 정정됐다.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마지막 시상 부문인 작품상에 ‘라라랜드’가 호명돼 감독과 주연배우, 제작자 등이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까지 마친 상황에서 갑자기 혼란이 벌어졌다. 사실은 ‘문라이트’가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사회자의 다급한 설명이 이어졌다.
앞서 시상자 워렌 비티는 시상 봉투를 열어본 뒤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 봉투 안에는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상작이 번복된 뒤 비티는 “봉투를 열었더니 엠마 스톤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고 해명했다. 사회자 지미 키멜도 “내가 웃기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라며 “전세계가 이 쇼를 지켜보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수상 소감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고 재치 있게 분위기를 수습했다.
‘라라랜드’에게서 트로피를 넘겨받은 ‘문라이트’ 관계자들은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모습으로 우왕좌왕했다. 제작자는 “작은 흑인 소년들과 또 다른 유색인종 소녀들이 집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무대 위의 흑인 배우와 흑인 스태프들을 둘러본 뒤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 배리 젱킨스 감독을 보고 모두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라이트’는 작품상 외에도 남우조연상(메허샬라 엘리)과 각색상(배리 젱킨스,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이 영화는 미국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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