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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파먹기ㆍ봉투살림법... 주부들 '눈물의 짠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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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파먹기ㆍ봉투살림법... 주부들 '눈물의 짠테크'

입력
2017.02.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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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흑자 월 103만원이지만

소득보다 지출 더 줄인 ‘불황형’

식비 줄이고 불필요한 소비 봉쇄

저축 쥐어짜는 아이디어 속출

3년차 주부 양모(30)씨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새로 장을 보지 않는다. 얼린 고기, 햄, 야채 등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총 동원해 요리하는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하고 있다. 양씨는 “시장 가는 횟수가 줄고 외식도 자제하게 돼 식비가 40% 정도 줄었다”며 “신랑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마른 수건을 더 짤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주부 양모씨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새로 장을 보지 않는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 중이다. 사진은 양씨네 냉장고 안에 정리된 식재료와 반찬들. 양씨 제공
주부 양모씨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새로 장을 보지 않는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 중이다. 사진은 양씨네 냉장고 안에 정리된 식재료와 반찬들. 양씨 제공

쪼그라드는 가계 형편 탓에 생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금리는 낮고 고수익 재테크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실질 소득이 줄어들자 불안감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 수지가 처음으로 100만원 이상의 흑자가 난 것도 소득이 줄자 소비를 더 줄인 우울한 세태 때문이다.

26일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명목 소득은 439만9,000원, 지출은 336만1,000원으로 흑자액이 103만8,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크게 줄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다. 실질소득이 전년 대비 0.4% 감소한 데에 비해 소비지출은 1.5%나 줄었다.

냉장고 파먹기는 이러한 상황에서 주부들의 자구책이 되고 있다. 식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전기요금까지 아낄 수 있다. 버리는 음식이 줄어드니 음식물쓰레기 봉지 값도 절감할 수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원천 봉쇄하는 ‘봉투 살림법’도 등장했다. 한 달치 생활비를 미리 봉투 30개에 1만~2만원씩 넣어 놓고 매일 봉투에 든 돈만 쓰는 방법이다. 남은 돈은 모두 저축한다. 작년부터 봉투 살림법을 실천하고 있는 주부 최모(32)씨는 평일에는 1만원, 주말에는 2만원을 미리 봉투에 넣어 뒀다 지출한다. 카드를 쓴 날엔 그 액수만큼 봉투에서 현금을 뺀다. 최씨는 “현금을 쓰면 지출액이 눈에 쉽게 들어와 낭비를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 달치 생활비를 미리 봉투 30개에 1만~2만원씩 넣어 놓고 매일 봉투에 든 돈만 쓰는 '봉투살림법'도 짠테크의 하나로 등장했다. 인터넷 캡처
한 달치 생활비를 미리 봉투 30개에 1만~2만원씩 넣어 놓고 매일 봉투에 든 돈만 쓰는 '봉투살림법'도 짠테크의 하나로 등장했다. 인터넷 캡처

경기도 안 좋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며 경조사비도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구 간 이전지출(경조사비, 부모용돈 등 포함)은 17만94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2% 감소했다. 2010년 4분기(11.8% 감소)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직장인 강모(30)씨는 “경조사비는 눈깜짝할 새 몇십만원도 나간다”며 “점점 인간관계를 따져 돌려받지 못할 경조사비는 안 내게 된다”고 고백했다.

‘캘린더 강제저축’을 통해 소비를 줄이는 이들도 적잖다. 예를 들어 매월 1일엔 1,000원, 2일엔 2,000원, 3일엔 3,000원, 30일엔 3만원 등 달력을 보고 날짜에 따라 저금을 하는 식이다. 한달이면 46만5,000원, 연간 550만원 이상의 돈을 모을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액 자동이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짠테크 성행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 세대는 일자리, 30ㆍ40대는 가계부채, 50대 이상은 노후대비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하다 보니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모아둬야 한다’는 심리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서 소비를 줄이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총수요가 줄어들어 경기가 더 안 좋아지는 ‘절약의 역설’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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