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ㆍ이스라엘, 시나이-네게브사막 빅딜설 모락모락
트럼프 ‘두 국가 해법’ 저울질에 이스라엘 보수층 가세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자는 제3지역 국가 건립설이 다시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론’에 지지를 유보하면서 자국 영토 밖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이스라엘 보수세력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시나이 국가 건립설의 골자는 이집트 정부가 동북부 시나이반도 1,600㎢ 땅을 팔레스타인 측에 제공해 인접한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독립 터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시나이반도 면적은 가자(365㎢)의 5배에 달해 가자(150만명)와 요르단강 서안(250만명)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 대신 이집트는 요르단과 직접 연결되는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사막 일부를 넘겨 받는 조건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최근 이집트와 이스라엘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불을 지피고 있다. 소문의 진원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근인 집권 리쿠드당 소속 아유브 카라 장관이다. 그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시나이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요르단 국왕이 지난해 2월 관련 논의를 위해 비밀 회동을 했다는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의 주장까지 나오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물론 이스라엘, 이집트 모두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이집트 대통령궁 알라 유세프 대변인은 23일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계획은 어떤 수준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으며 비현실적이고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서방 언론들은 팔레스타인 해법을 둘러싼 미국 측의 기류 변화가 시나이 독립국가설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정상회담 당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별개 국가로 공존해야 한다’는 미국의 기존 방침과 달리 “1개 국가라도 양측이 원하면 된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팔레스타인 측은 신생국 영토에 서안 지역이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두 개의 독립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시나이로 이주시킬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의 승리가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아이디어를 깨우고 있다”고 전했다.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카라 장관의 제안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인이 동등하게 어울려 사는 나라가 두 국가 해법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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