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두 달 앞두고 불참 선언… “언론은 국민의 적”
CNNㆍNYT 브리핑 배제, 비판 언론 재갈물리기 강화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연례 행사인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불참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해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월 29일 예정된 만찬을 두 달이나 앞두고 일찌감치 불참을 공식화한 것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간사 제프 메이슨은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트럼프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없는 올해 행사는 ‘반쪽 진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와 마찰을 빚은 잡지 '뉴요커'와 '배니티 페어'가 만찬 협찬을 거부하는 등 기자단 보이콧 움직임도 높아진 상태였다. 1920년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미국 현직 대통령뿐 아니라 사회 저명인사들도 얼굴을 내미는 유서 깊은 행사다. 대통령과 기자들이 격의 없는 정치적 농담을 주고 받으며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사실 트럼프에게 출입기자단 만찬은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출생 의혹을 제기한 트럼프를 향해 하와이 출생 사실을 알린 뒤 “트럼프는 이제 달 착륙이 조작됐는지, 로스웰(UFO 추락설이 돈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2015년에도 행사에 참석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권 도전에 번번히 실패한 그에게 “아직도 여기 있느냐”며 한껏 조롱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비판 언론에 대한 통제 수위를 부쩍 끌어 올리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방송 촬영이 없는 이른바 ‘프레스 개글(press gaggle), 비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CNN과 뉴욕타임스, 의회전문지 더힐,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 주류 언론사를 제외했다. 줄곧 트럼프 비판에 앞장 서 ‘가짜 뉴스’로 낙인 찍힌 매체들이다. AP통신과 시사주간지 타임도 항의 조치로 브리핑을 거부했다. CNN은 “전례 없는 조치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가짜 뉴스는 국민의 적”이라며 “그들은 구체적 출처도 없이 얘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