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식은 역시 남녘에서, 그리고 꽃에서부터 시작된다. 매란국죽(梅蘭菊竹).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인 매화 난초 국회 대나무 중 맨 앞자리가 봄 소식을 알려주는 매화다. 한겨울 세찬 눈보라와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매화는 고요 속의 은은한 향기가 매력이다. 장미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향이 선비의 기품을 닮았다.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이지만 전남 광야의 매화마을은 올해도 어김없이 화사함으로 물들었다. 양지바른 언덕에 활짝 핀 분홍과 흰색의 매화 꽃망울에서 ‘봄날은 온다’는 말을 실감한다. 빼앗긴 들은 아닐지라도 얼어붙은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아쉽게도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여파로 대표적 매화축제 중 하나인 ‘광양매화축제’가 취소됐다. 광양매화축제위원회는 21일 회의를 열어 오는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20회 광양매화축제’ 취소를 결정했다. 축제는 비록 취소되지만 방문하는 상춘객들을 위해 초소를 늘리는 등 방역대책에 힘쓸 예정이다.
조선조 퇴계 이황은 ‘매한불매향(梅寒不賣香)’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불의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선비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다. 혼란스럽고 혼탁한 이 시대에 새겨 담아야 할 경구다.
사진ㆍ글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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