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ㆍ이재명만 성적지향 포함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동성결혼 합법화엔 모든 후보가 “시기상조” 부정적 의견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대선 주자 소수자 인권 정책의 리트머스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회에서 입법과 철회, 계류의 우여곡절을 겪어온 차별금지법 제정문제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이번 19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가 됐다. 대부분의 대선 주자가 “어떤 누구도 성별 연령 직업 종교 신념 계층 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강력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에 부딪치면서 법 제정에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22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대선주자 6명의 캠프에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중 이재명 캠프와 심상정 대표만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캠프의 대변인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죽하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겠나, 그만한 사회적 욕구가 있다는 의미”라며 “어떤 형태로든 차별금지법 제정은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당론으로 찬성하고 있다”며 “다행히 법안이 공론화된 상태인데 일부의 반대로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대선 주자 캠프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2일 대선 후보 출정식에서 동성애자 방송인 홍석천씨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등 ‘성소수자 프렌들리’한 모습을 보여왔던 안희정 캠프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소극적이다.
안희정 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고 있는 서누리 변호사는 “개인의 성적 정체성과 성적지향은 존중해야 하고 인격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다만 어디까지 제도를 통해 지원할 것이냐는 시대의 사회적 합의만큼 갈 수밖에 없다”며 “우선 인권법의 기본 취지에 따라서 소수자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안 지사는 2014년 충남도민 인권선언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으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고 지난 11일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충남인권조례) 시행규칙 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이와 관련 최근 충남지역 기독교 단체 등이 안 지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인권조례를 폐지하라’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차별금지법은 많은 분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으나 소수의 국민 중 일부가 극심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두 부분에 대해서 국민 다수의 여부를 떠나 여러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책을 세우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인 바른정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확실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캠프의 대변인인 민현주 전 바른정당 의원은 “성소수자에 대해서 우리 법 제도 안에서까지 허용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억압받고 차별받는 다른 소수자의 문제부터 해결 후에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별금지법 등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 논란이 컸던 문재인 캠프는 뚜렷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캠프 공보팀의 김중현 보좌관은 “향후 정책 방향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답변하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 등을 만나 “동성애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대부분의 캠프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는 차별금지법과 달리 제대로 공론화도 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재명 캠프의 제윤경 의원은 “동성결혼 합법화는 후보들의 개인적 철학을 떠나 결혼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 통념적으로 인정하는 범위가 확대되기에는 좀 낯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동성결혼 합법화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김조광수 같은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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