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92% “내 일자리에 영향 줄 것”
실업, 독점 방지 위해 사회 변화 시급
한국 대비 수준, 세계 25위 불과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길이긴 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고 또 어디로 가는지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파괴력이 기계화(1차), 대량생산(2차), 정보화(3차) 등 앞선 산업혁명과 비교가 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그 속도와 파급효과 면에서 이전의 혁명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혁명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다. 제도가 변하지 않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 충격은 재앙으로 덮칠 수 있다. 지금 준비를 시작하더라도, 따라가기 벅찰 거란 경고음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한국일보가 모바일 설문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만 13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4차 산업혁명이 개개인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엄습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525명) 10명 중 9명(91.8%)이 AI가 앞으로 자신의 일자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아주 많이’ 또는 ‘많이’ 영향을 줄 거라는 응답이 60.4%에 달했다. 자신의 일자리 대체가 불가능할 거라는 응답은 8.2%에 불과했다. 4차 산업혁명이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는 세계 25위에 불과했다. 대만, 말레이시아, 체코보다도 낮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공약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긴 하지만, 알맹이는 많지 않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큰 틀의 공방 정도만 있을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이에 발맞춘 사회체제의 변화라고 말한다. 교육, 규제, 제도, 문화 등이 확 바뀐 새로운 사회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실업을 양산하고 독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쪽으로 가지 않도록 새로운 과정과 절차에 대한 약속이 필요하다”(이일영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해방 후 70년간 유지해온 낡은 발전모델을 개척자 모델로 서둘러 바꾸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고다. 한국일보는 민간 정책싱크탱크 여시재(이사장 이헌재)와 함께 5회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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