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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수입' 방탄소년단의 성공 공식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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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수입' 방탄소년단의 성공 공식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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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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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 4번 연속으로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 4번 연속으로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왜 내 마음을 흔드는 건데~” 회색 정장을 말끔하게 빼 입은 사내가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며 박력 있게 춤을 춘다.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 비서로 나온 배우 조우진이 유회장(김성겸) 앞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상남자’를 불러 화제가 된 장면이다. 극중 여고생이던 지은탁(김고은)에게 줄 대학 입학 선물을 정하는 상황에서 ‘상남자’ 속 “왜 내 마음을 흔드는 건데”란 가사를 뽑아 방탄소년단에 빠진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 점이 현실 속 풍경과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드라마를 끝내고 이달 초 한국일보를 찾은 조우진에 따르면 대본에 ‘왜 내 마음을 흔드는 건데’란 노랫말이 대사로 적혀 있었고, 지문으로 ‘점잖게 안무한다’고 돼 있었다고 한다. 김 작가가 직접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선곡하고 드라마에 활용했다는 뜻이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김 작가가 쓴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갱단 두목으로 나왔던 아구스(Agusㆍ데이비드 맥기니스)의 이름을 거꾸로 하면 방탄소년단 멤버인 슈가(Suga)가 된다는 등의 추측을 쏟아내며 김 작가를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추정했다. 김 작가가 공식석상에서 직접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언급한 적은 없지만, 제법 그럴 듯한 추론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61위로 첫 진입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61위로 첫 진입했다.

김 작가만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둔 게 아니다. ‘밖’에서의 반응은 더 뜨겁다. 23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유명 음악차트인 빌보드 앨범 차트에 네 번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가 22일 인터넷에 공개한 최신(2017년3월4일 자)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은 ‘빌보드 200’에서 61위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 ‘화양연화 파트2’로 171위, 지난해 5월 ‘화양연화 영 포에버’로 107위, 같은 해 10월 ‘윙스’로 26위에 오른 데 이어 네 번째 쾌거다.

한국 가수가 영어도 아닌 한국어로 낸 앨범이 4회 연속으로 빌보드 주요 차트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원 히트 원더’가 아니라 현지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층이 두텁게 쌓여 그들의 앨범을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방탄소년단의 ‘유 네버 워크 얼론’의 타이틀곡 ‘봄날’은 ‘월드 디지털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비슷한 인지도를 지닌 다른 아이돌과 비교해 유독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전략이 통했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 직후 국내보다 해외 활동에 더 집중했다. 북미를 비롯해 유럽 등을 돌며 팬들과 만나고 공연을 하며 밖에서 인지도를 키웠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사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역수입 그룹”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고 해외에 진출하는 여느 아이돌그룹과 달리 해외에서 더 명성을 쌓고 국내에서 뒤늦게 조명 받은 사례다.

방탄소년단은 해외에서 ‘친근한 K팝 스타’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한 달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리트윗(539만 건)이 가장 많이 된 음악인이었다. 미국의 인기 래퍼 칸예 웨스트(375만 건)와 가수 저스틴 비버(358만 건) 보다 많은 수치다. SNS를 비롯해 오프라인을 통해 멤버들이 자유롭게 해외 팬들과 소통하며 나온 결과다. 랩 몬스터와 진 등 일곱 멤버는 그룹 SNS 계정을 함께 쓰며 각자 작업한 음악을 영상에 담아 깜짝 공개하는 등 격의 없이 팬들과 소통한다. 행여 구설에 오를까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속에 소통을 주저하는 여느 아이돌그룹과는 다른, 방탄소년단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적으로는 “힙합을 베이스로 해 K팝 아이돌 중에서 해외에서 유행하는 최신 팝 트렌드에 가장 근접한 음악”(김윤하 음악평론가)을 선보이는 게 방탄소년단의 강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스틴 비버의 최근 히트곡이나 미국에서 유행하는 전자 음악의 리듬과 비교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김성환 음악평론가)방탄소년단이 현지 음악 팬들의 구미를 잘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발표해 큰 인기를 누린 ‘피 땀 눈물’은 레게를 기반으로 영ㆍ미권에서 유행하는 댄스 비트인 ‘뭄바톤 트랩’을, 신곡 ‘봄날’에선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듯한 모던 록 스타일을 접목해 새로움과 친숙함을 동시에 줬다.

K팝을 주로 소비하는 10~20대 팬층에 맞춰 ‘청춘’이란 화두를 던진 점도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은 ‘노 모어 드림’ ㆍ’엔오’ ㆍ’상남자’로 이어진 ‘학교 3부작’과 ‘봄날’ 등을 통해 일관되게 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노래해 곡에 대한 또래 음악 팬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지상파에서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한 PD는 “방탄소년단이 탑 등 멤버들이 잇달아 군에 입대하는 그룹 빅뱅의 해외 시장 공백을 메울, 차세대 K팝 그룹”이라고 기대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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